2026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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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선의 지구밥상]

<38> 쌀국수 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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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니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밭일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추석날은 긴 가뭄 속에 단비가 내렸다. 엄마를 보러 가는 길, 비가 세차게 내려 다소 불편했지만 그래도 단비라 반가움이 더 컸다.

비가 내리면 땅이 포슬포슬해져 밭을 만들기 좋아진다. 나는 밭을 만들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가지각색의 무를 심는 것이었는데 시기를 놓쳤다. 수박무·보라무·분홍무는 다 사 먹어야 한다. 너른 밭에는 아직 아무것도 심지 못했다. 다른 밭에는 캐지 못한 고구마와 땅콩, 들깨가 자라고 있다. 가을에 맛보기 위해 심어놓은 옥수수는 아직 작아서 맛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가을이 깊어지면 다음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을 갈아엎고 준비를 시작한다. 내 밭에는 곧 마늘을 심을 예정이다. 그 전에 아직 캐지 못한 고구마와 땅콩, 들깨 수확부터 잘 마무리해야겠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에 모여 농사를 짓는 팀화요다. 이번 주 우리 임무는 농부님의 고수 밭을 솎아내는 일이다. 고수 씨는 너무 작아 일일이 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 농부님은 쉬운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하셔서 줄 맞춰 심는 일도 하지 않는다. 그냥 밭을 만들고 씨앗을 흩뿌려놓는다. 씨앗이 워낙 작아 흙을 두껍게 덮지 않고 살살 조심스레 덮어 둔다.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서 새싹들이 무성하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뿌려진 씨앗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모두 싹을 틔우니, 조금만 더 자라도 밭이 너무 빽빽해져 서로 자라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고수를 솎아내야 한다. 이번 주에도 우리는 고수 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수를 솎기 시작했다. 알타리무는 솎아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데, 고수는 이것을 솎아야 하는지 저것을 솎아야 하는지 헷갈린다.

흔히 ‘고수’라고 하면 동남아나 서양의 이국적인 허브를 떠올린다.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외래종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고수는 고려 시대부터 즐겨 먹던 식재료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약효가 기록되었고, 허균의 「도문대작」에서는 황해도의 특산물로 소개될 만큼 선조들이 즐겨 찾던 전통 채소였다. 지금도 개성과 황해도, 전라도 일부 산간 지역에는 고수김치나 고수 쌈을 먹는 풍습이 남아있다.
특히 고수와 깊은 인연을 맺은 곳은 사찰이다. 불교에서는 자극적인 다섯 가지 채소(오신채)를 금지하는 대신 고수를 즐겨 먹었다. 고수는 풍미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소화를 돕고 마음을 가라앉혀 수행자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고수 맛을 알아야 참된 스님이 된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나도 예전에는 고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협동조합마을카페통을 운영하던 시절, 우리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 가운데 프라이누들이라는 쌀국수 볶음이 있었다. 쌀국수를 물에 불려 두었다가 양파·청경채·숙주를 넣고 재빠르게 볶은 다음 고수를 듬뿍 올려 먹는 메뉴였다. 그때만 해도 고수를 골라내고 먹었지만, 한 번 두 번 먹다 보니 그 맛에 반해 이제는 듬뿍 올려 먹는다.

오랜만에 그 메뉴를 다시 해보고 싶어졌다. 집에 있던 현미 쌀국수를 꺼내고, 고수를 씻고, 양파를 까고, 없는 재료를 보충하려고 두부를 도톰하게 썰어 넣기로 했다. 현미 쌀국수는 겉껍질만 벗긴 현미로 만든 국수다. 쌀의 겨층과 배아가 남아 있어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이 많고 소화 흡수가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현미 100로 만든 쌀국수라 글루텐 프리다.

이 쌀국수 볶음을 하려면 먼저 고추기름이 필요한데, 이런, 집에 고추기름이 없다. 그렇다면 직접 만들면 된다. 팬에 불을 약하게 올리고 올리브유를 듬뿍 두른 다음 고춧가루를 한 큰술 넣어 약한 불에서 고추기름을 살살 뽑아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테인리스 팬이 예열돼 두부를 굽기 좋은 온도가 된다. 빨간 고추기름 위에 두부를 넣고 노릇노릇 구워낸 뒤, 양파와 함께 볶는다. 양파가 달큼하게 익을 무렵 물에 불린 쌀국수를 넣고 간장으로 양념한다.

전통 방식의 태국식 볶음 쌀국수라면 피시 소스를 넣겠지만, 비건으로 만들기 위해 나는 우리 전통 간장으로만 간을 한다. 마지막에 후추를 톡톡 뿌리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춘 뒤, 깨와 들기름을 살짝 뿌린다. 그 위에 여린 고수 잎을 듬뿍 올려 먹는다.
오랜만에 과천에서 살던 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매콤한 쌀국수를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비건이었고, 우리는 그 친구를 위해 청양고추를 듬뿍 넣은 매콤한 쌀국수를 볶아 주곤 했다. 지금은 그 친구도 과천을 떠나 대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친구와 나는 비건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각자 지역에서 먹을거리로 기후정의 운동을 하고 있다. 가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맛있는 먹을거리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레시피


재료: 현미 쌀국수 100g, 양파 1/2개, 청경채 3개, 숙주 100g, 고수 50g, 간장 3큰술, 고추기름 2큰술, 올리브유, 후추, 소금.

사전 준비
1. 현미 쌀국수는 찬물에 1시간 불려둔다.
2. 모든 채소는 씻어서 물기를 빼둔다.
조리 순서
1.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양파를 볶는다.
2. 양파 숨이 죽으면 쌀국수와 청경채를 볶는다. 이때 간장 양념을 넣는다.
3. 재빨리 국수를 볶아 숙주를 넣고 마무리한다.
4. 마지막 간은 소금으로 하고 후추를 뿌린다.
5. 그릇에 예쁘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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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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