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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시인의 특별하고 평범하게] (40) 둘째와 영화관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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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함께 영화를 보자고 며칠째 성화였다. 일도 바쁘고 마음에 여유도 없어 그저 쉬고 싶었다. 무엇보다 녀석이 보고 싶다는 영화가 영 내 취향이 아녔다. 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러 가고는 했는데, 그에 비해 이번 영화는 뭔가 엉성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 여럿이 나와 일본어로 혀짧은 소리를 내는데, 이제 우리 아이가 이른바 ‘오타쿠’가 다 되었구나 싶은 것이었다. 하기는 나도 그 나이일 때 각종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섭렵했었지. 아이는 영락없이 나를 닮은 거였다.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으니.

영화는 제목도 이상했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라나. 도대체 치이카와가 뭐냐고 물으니 ‘먼작귀’란다. 도대체 먼작귀가 뭐냐고 또 물으니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이란다. “아니 그럼 뭔작귀여야 맞지 왜 먼작귀야?” 따지고 드는 내게 아이는 ‘늙크크’ 같은 소리 그만하라 그런다. 아아⋯. 설명할 수 없는 낭패감이 엄습했다. 아이와 나는 점점 멀어지고 있구나. 이렇게 멀어지다 언젠가 서로를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 올 수도 있겠다. 그러니 같이 보자고 할 때 같이 보는 게 좋을 것이었다. 당장 예매 앱을 열었다. 빈자리가 얼마 없어 놀랐다.

과연 영화 속 캐릭터들은 뭔가 작고 귀여웠다. 영화 보기 전 쫑알쫑알 떠들어대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충 예습을 마쳤다. 먼작귀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 작가가 X에 연재하는 캐릭터 IP다. 캐릭터들은 뽀로로나 타요와는 다르게 상당히 힘겨운 상황에 놓인다. 토벌이나 제초 같은 노동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아이가 보내주는 영상을 계속해서 보다 보니 왠지 뭔가 귀여운 듯했다. 이렇게 스며드는 건가⋯. 아이는 작전 성공이라는 듯 씩 웃는다. 드디어 아빠와 같은 취미를 갖게 됐다며 뿌듯해한다. 세상에, 아직 취미까지는 아닌데.

영화는 생각보다 좋았다. 아니, 그냥 좋았다. 캐릭터는 귀여웠고 적당히 유머러스했다. 노래도 중독성 있었다. 인어 섬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비범했다. 삶은 영원할 수 없으나 죄는 영원할 수 있다는, 무서운 진리를 주제 의식으로 하는 듯했다. 하여 어떤 면에서는 공포영화라고 할 수도 있었다. 세이렌(인어)의 마지막 비명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쿠키 영상의 반전도 굉장했다. 그래, 죄를 짓고 편히 살 수는 없지. 업보라고 해야 할까, 원죄라고 해야 할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니, 이 영화를 보고 복잡해지는 마음이라니⋯. 자존심이 상했다.

아이는 나의 반응과 진지함에 즐거워했다. 기회를 잡았다 싶었는지 OTT에서 시리즈 영상을 찾아 자꾸만 같이 보자고 한다. 그렇게 주말 내내 뭔가 작고 귀여운 것들과 함께했다. 짧은 영상들에는 영화판만큼의 깊이는 없어서, 대부분 별 감흥이 없었다. 자꾸 딴 곳을 향하는 내 눈을 아이는 영화 속 인어처럼 무섭게 바라봤다. 아이와 소통한다는 게 이렇게 신나고 힘들다.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내 작고 귀여운 무언가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것이 요즘 나의 뭔가 작고 귀여운 일들이다.

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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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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