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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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몸의 근력만큼 뇌의 근력도 키우자

[서민선 아녜스 작가의 노년을 읽습니다] 40. 묵인희 「치매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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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결혼을 앞두고 처음으로 시어머니를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어머니라 부르기에는 눈앞에 있는 분이 너무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늦둥이여서 내 또래 부모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평생 농사일을 하셨다는 시어머니의 육체는 너무도 늙어 있었다. 그때 어머니는 75세였다.

내 엄마는 2026년 75세가 되었다. 딱 그 나이다. 내가 대단히 노쇠했다고 느꼈던 시어머니의 나이. 그런데 그때의 어머니와 지금의 엄마가 같은 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년 전 75세 시어머니가 똑같은 말을 몇 번이고 다시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겼지만, 현재 75세인 엄마가 동일한 행동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엄마는 아직 그러면 안 될 것만 같다.

75세라는 연령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다. 그런데 그보다 10살 아래인 65세로 내려가면 사회적 기대치뿐 아니라 당사자의 인식도 달라진다. 「치매 해방」의 저자 묵인희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의 65세와 현재의 65세는 전혀 다르며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출생자)는 “자기 스스로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무장되어 있는 최초의 세대”라고. 그들 자신은 부모 부양과 자식 양육에 철저히 몰입한 인생을 살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을 안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본인들처럼 부담감과 중압감을 갖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노년에도 활발히 경제·사회활동을 하며 최대한 늦게까지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치매 해방」은 당사자를 위한 책이면서 보호자를 위한 책이다. ‘치매 자가 체크리스트’를 시작으로 치매의 기전과 종류, 진단 방법과 치료제의 현재와 미래, 인지저하의 가속화를 막는 방법 등이 차례로 나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 책은 노년에 대한 우리의 달라진 인식과 체감에 대한 응답이 아닐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조기 개입’ 그리고 ‘인지예비능’이라는 개념이다. 저자는 치매에 있어서도 “예방·조기진단·관리와 치료 등 조기 개입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치매 또한 조기 발견과 치료 시작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정말 치매가 그럴까? 얼마 전 70세 이모가 이런 말을 했다. “치매는 못 고쳐. 병원에 가면 뭐 어떻게 한다니? 늙어서 그런 걸 어떡해. 안 되는 거야, 그건.” 이모는 정말 그렇게 믿는 눈치였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생각이 달라졌다.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 즉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조기 개입한다면 예후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

책에 의하면 치매는 조기진단 시 발병 시기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고, 중기 진단 시에도 치료하지 않은 경우보다 질병 진행 속도를 3~5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평균 수명이 85~90세인 시대다. 만약 70세에 경도인지장애를 발견해 조기 개입으로 본격적인 치매의 발병을 10년 늦출 수 있다면, 75세에 치매 중기 진단을 받자마자 치료를 시작해 인지저하 속도를 3~5년 늦출 수 있다면. 그것은 다행이고 행운이다. 그 정도의 지연이라면 적극적으로 조기진단에 애쓸 이유로 충분하다.

다음은 ‘인지예비능’이다. 인지예비능이란 “뇌의 손상이나 노화에도 불구하고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즉 뇌의 근력”을 말한다. ‘뇌의 근력’이라는 단어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인지예비능이 있다면 뇌는 비상시 어느 정도의 신경세포 손상에 대처할 수 있다. 뇌가 평소의 힘으로 병리적 문제에 최대한 저항하여 발병을 늦추는 것이다.

인지예비능은 독서·외국어 학습·음악 연주·복잡한 직업 등을 통해 형성 및 강화되는데 전 생애에 걸쳐 형성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조금씩 점진적으로 쌓아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오늘부터 실천해도 오늘 이후의 삶에 효과가 있다. 뇌는 신체의 다른 부분과 다르게 쓸수록 닳는 것이 아니라 쓸수록 발달하고 축적된다.

우리는 나이 듦과 함께 청력과 시력의 저하, 신체 대사의 저하가 당연하다고 믿으며 노화와 더불어 근육이 줄어든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중년기부터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절주와 금연을, 스트레스와 수면의 질 관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더불어 개인의 관리에 의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노년에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지저하, 즉 치매는 새로운 영역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화의 양상들에서 벗어나 있다.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상대적으로 낮다. 인간은 오래 살고 노년기는 길어졌으며 노년기에 치매가 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니 신체와 인지 수준이 같은 속도로 노화할 수 있게 뇌의 근력을 키워야 한다. 기술은 발달하고 있고 노년에 대한 인식과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20년 전의 75세와 현재의 75세가 다르듯, 내 75세는 또 얼마나 달라질까. 과학의 진보를 기회 삼아 스스로를 끝까지 지키기 위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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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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