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늙음의 레슨」은 노해(老害), 즉 ‘늙어서 해가 되는 존재’라는 단어로 시작된다. 노인·노모·노후·노년 등 글자 노(老)가 들어가는 수많은 단어를 보았지만, 그 단어에 ‘해를 끼치다’ 할 때의 그 ‘해(害)’ 자가 붙으니 매우 생경하다.
일찍 고령 사회를 맞은 일본 사회에는 나이 듦에 관한 어휘가 많다. 노인의 범주가 넓어졌으니 75세를 기준으로 전기 고령자, 후기 고령자라 명명한 것부터 그렇다. 치매라는 단어에 비하의 의미가 있으니 인지증(認知症)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한 것은 오래전이다. 치매 머니, 종활(終活) 등 설명을 들어야 뜻을 알 수 있는 단어들도 있다. 치매 머니는 치매로 본인의 재산을 관리하지 못해 묶여 있는 돈을 뜻하며, 종활은 장례·유산·물품 정리 등 죽음의 당사자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이제 노해가 더해졌다. 이 책은 서간집이면서 질문에 답한 문답집이다. 편집자인 30대 초반의 청년은 나이 듦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작가인 70대 중반의 노인은 평생의 지혜를 모아 답을 한다. 나이 듦이 해가 된다는 말이 힘을 얻고 있는 작금의 일본 사회, 혼돈의 시대에 서로 다른 세대가 묻고 답한다.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편집자는 많은 질문을 한다. “늙는다는 것은 나쁜 것일까요?” “중년의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보다 어린 사람을 대하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친구란 무엇입니까?” 등. 어디에도 묻지 못할 무거운 질문도,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인생의 시기별 화두도 있다. 모두 나이 듦에 따라 오는 인생의 난제들이다. 작가는 첫 답신에서 말한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아름답고 존경스러운 할아버지·할머니를 그리는 소설이 있었다고. 그런데 100년 동안 무엇이 변했길래 늙음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이렇게 달라졌을까.
편집자는 이런 것을 질문한다. 할머니의 노쇠한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다면서 ‘가족의 늙음과 함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작가는 “부모의 늙음이 심각한 질병 혹은 인지의 쇠퇴 같은 ‘사건’으로 절박하게 다가오는 경우”에 대해 말한다. 그러한 경우 자식은 사건 속으로 매몰된다. 늙음과 죽음, 작별을 조망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늙음과 함께 미래를 보아야 한다. 부모가 이제 어떻게 늙어갈 것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과정을 함께하는 자식에게 그것은 미래다. 함께할 미래. 작가는 ‘늙은 부모를 적절히 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것은 자식을 어른으로 만들어 주는 기회라고.
지나고 보니 나는 조부모를 통해 늙음을 처음으로 인식했다. 부모는 늘 조부모를 공경의 대상으로, 그들의 노쇠한 몸을 측은지심의 대상으로 여겼다. 늙음을 시각적으로 직시한 것도 조부모가 처음이었다. 머리카락이 하얘지고 이가 빠지고 피부가 주름지고, 허리가 굽고 걸음이 느려지고. 그들을 보면서 타자가 아니라 내 곁의 누군가가 노인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늙은 조부모로 낯을 익히고 늙은 부모와 미래를 함께하면서 한 걸음 나아간다. 그리고 나의 늙음을 기다린다. 그들을 적절히 대하는 경험 끝에 나도 늙을 줄 알게 된다. 과정은 과거가 되어 훗날 본인이 늙었을 때 자산이 된다.
편집자가 “죽은 사람을 기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즉 ‘공양의 의미’에 대해 물었을 때에 작가는 “인간이란 26년에 걸쳐 서서히 죽는다”는 해석을 한다. 사망 13년 전쯤부터 사람은 서서히 죽기 시작하여, 사후 13주기 전후로 완전히 죽는다고. 생물학적 죽음에 이르는 과정 13년, 죽음 이후 애도와 추모의 평균 연한 13년. 그러니 공양이란 쌍방향적 행위라는 작가의 말은 아귀가 딱 맞는다.
이 책에서 공양이라는 단어를 쓴 제사 혹은 성묘는 죽는 사람과 산 사람이 함께 이뤄내는 조화다. 애도와 추모는 삶과 죽음을 사색하게 하고 결국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작가는 정기적으로 성묘하고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것이 남겨진 인간에게 의무나 고역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이자 구원이라고 말한다. 왜 안 그럴까. 한 사람이 가는 데에는, 한 사람을 보내는 데에는, 26년이 든다. 무려 26년이다. 현대인의 평균 수명을 생각할 때 26년은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삶과 나이 듦과 죽음과 공양은 공존한다.
인간의 질문 욕구는 매우 크고 이 책은 그것을 채워 준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이 AI에 빠져든 것은 AI가 어떤 질문에도 ‘즉시’ 답해주기 때문이다. 여기 나이 듦에 대한 질문들과 대답들이 있다. 독자인 우리가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질문도 있고, 늘 묻고 싶었지만 어디에 물을지 몰라 가지고만 있었던 질문도 있다. 책 「늙음의 레슨」 속 현문(賢問)과 현답(賢答)을 읽으며 늙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 늙음에 대해 차근차근 마음의 준비를 하자.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다. 늙어서 해가 되는 존재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