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십자가가 반쪽이네.”
춘천교구 퇴계본당(주임 하화식 신부)에서는 요즘 ‘반쪽 십자가’가 화제다. 본당이 성전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급하고 있는 청동 십자가의 모양이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오른쪽이 잘려나간 ‘ㅓ’ 자 형태이고 예수는 한쪽으로 약간 돌아서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 팔은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따르라.”면서 손짓을 하는 듯하다.
이 십자가는 하화식 신부와 조각가 오광섭(48 다미아노)씨의 공동작품. 하 신부는 1998년 효자본당과 죽림동본당에서 분리 신설된 퇴계본당에 부임한 이후 신자들의 화합과 일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은 말끔히 해소됐지만 초창기에는 두 본당에서 모인 공동체 특성상 서로 마음을 상하게 하는 갈등이 있었기 때문.
본당 주보성인 성 유대철 베드로(1826-1839)도 반쪽 십자가와 무관치 않다. 유대철과 그의 부친 유진길(아우구스티노)은 순교의 길을 자청할 만큼 신앙심이 열렬했으나 그의 어머니와 누이는 끝내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인이 배출되기는 했으나 집안은 ‘반쪽 신앙’이었다.
하 신부는 이런 본당 상황에 대해 묵상하면서 조각가 오씨와 함께 이 ‘반쪽 십자가’를 고안해 냈다.
하 신부는 “퇴계성당의 모태가 두 공동체인데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려 있고 최근에는 사회 또한 갈등과 분열의 몸살을 앓고 있다”며 “십자가의 반쪽은 우리가 기도와 희생으로 채워야 할 몫이며 예수님께서는 ‘함께 하자’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계신다”고 말했다.
조각가 오씨는 “나를 포함해 많은 신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구원계획을 깊이 깨닫지 못한 채 ‘반쪽’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그 점을 성찰하고 싶은 메시지도 곁들였다”고 말했다.
퇴계본당은 이 십자가의 복제품을 막기 위해 실용신안특허를 내고 작품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다. 현재 500여점이 만들어졌다. 퇴계본당은 이 ‘미완의 십자가’를 본당 고유 십자가로 정하고 성당 중앙 벽면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구입문의:033-243-6003 춘천=문계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