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값이 금값이 됐네요. 좀 깎아주세요.”
부산으로 장을 보러 나갔더니 양파값이 그새 껑충 뛰었다. 양파가게 주인은 “요즘 중국집에서 자장면 먹다가 양파 더 달라고 하면 눈총받는 거 모르세요?” 하면서 한술 더 떠 엄살을 부렸다.
‘돈이 모자랄 텐데….’ 구입할 부식을 적은 종이쪽지와 지갑을 번갈아 들여다보면서 양파 몇 자루를 차에 실었다.
마을 주방살림을 맡은 부엌데기(?)라서 그런지 시장에 나오면 사고싶은 것이 너무 많다. 과일가게를 지나가면 후식으로 내놓을 사과를 사고 싶고 야채가게를 지나가면 싱싱한 열무를 사다 밀가루풀 끓여서 물김치를 담그고 싶다. 또 파릇한 달래가 눈에 띄면 조갯살 넣어 뽀글뽀글 끓인 된장국이 연상된다. 가족들이 참 맛있게 먹을 텐데….
통배추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손뼉을 치면서 반겼다.
“삼랑진 수녀님들 맞지요? 얼마 전에 텔레비전 「대화 21세기」에서 오수영 신부님과 평화의 마을 식구들을 봤어요. 이 어려운 때에 그 많은 식구들하고 어떻게 살아요?”
입심좋은 아주머니는 초창기 선배 수녀님들이 장을 보던 옛날 얘기를 들려줬다.
“그때 수녀님들 고생이 많았지요. 식구는 불어나는데 돈이 없는지 새벽부터 나와서 버려진 배춧잎을 골라 가더라고요. 꽃다운 나이에 그게 뭔 고생인지. 하기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수녀님들 아니면 누가 버려진 사람들을 돌봐주겠어요.”
주인 아주머니의 애정어린 격려가 고마웠다. 야채를 이것저것 산 후 자갈치시장으로 건너갔다.
좌판 생선에 눈길을 주면 “오늘 물건 좋심더” 하면서 손을 억세게 잡아끄는 자갈치 아지매들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 점심도 거른 채 시장을 쏘다니다 출출해질 즈음에 마지막 코스인 어묵가게에 들어서면 주인은 항상 뜨끈뜨끈한 어묵 꼬치부터 한 대접 내놓는다.
장을 다 보고 마을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 들녘을 바라보면서 묵주를 돌린다. 감사해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일용할 양식을 탑차에 가득 실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가족들 양식 사라고 꼬박꼬박 돈을 보내주는 후원회들에게 감사한다.
좋은 일 한다면서 생선 몇 마리를 덤으로 얹어주는 자갈치 아지매들에게도 감사한다.
탑차가 마을에 들어서면 운동장에서 기다리던 평복씨는 특유의 소프라노 목소리로 “왔시예 왔시예” 하고 소리치면서 주방으로 달려온다. 생색을 잘 내는 꺾쇠는 탑차를 냉장고 쪽으로 붙이느라 긴 팔을 휘저으면서 “오라이 오라이”를 외친다.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사회에서 배고픔과 냉대에 떨던 이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줄 수 있도록 나를 불러주신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