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4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미카엘라 미안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평화의 마을 가족들은 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 풍경은 일반 성당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성당이 걸어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인데도 1시간 전에 방에서 나오는 가족이 많다. 발걸음 떼기가 천근만근 쇳덩이를 움직이는 것처럼 힘든 지체장애 가족들은 그렇게 일찍 출발해야 자기 자리에 앉아 한숨을 돌린 후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한 울타리에 살면서 매일 미사에 참례하다 보니 가족들은 모두 제자리가 있다.

지팡이를 짚고 빙판을 걷듯이 조심조심 걸어오는 마태오 할아버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은 팔 다리를 위 아래로 천방지축 흔들면서 들어오는 선머슴 같은 안드레아 휠체어를 타고 오는 글라라 자매님 그리고 항상 그 휠체어를 밀어주는 도미니카 자매님….

그런데 며칠 전 미사시간에 나를 흔들어 깨워준 사건(?)이 있었다. 그날은 방문자들이 많아서 수도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자기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그 바람에 영성체 시간에 가족들 자리에 가서 성체를 영해주던 수녀님이 그만 미카엘라를 빼놓은 것이었다. 수녀님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미카엘라를 신부님께 따로 데려가서 성체를 영하게 해주었다.

미사 후에 그 수녀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갔더니 미카엘라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서럽게 흐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카엘라는 “오늘 예수님이 나한테 오시지 않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슬펐는데 지금은 괜찮아요”라면서 눈물을 닦았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도자인 나는 오늘 성체 안에 살아 계시는 예수님을 얼마만큼 간절히 기다리고 얼마만큼 정성을 다해 모셨는가? 혹시 몸에 붙은 습관처럼 타성에 젖어 예수님을 받아 모시지는 않았는가?’

나와 몇몇 수녀님들은 미카엘라를 달래주는 동안 눈시울을 적시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오늘 당신을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는 미카엘라를 보시고 얼마나 기쁘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수님은 우리 마을의 미사시간이면 평소보다 더 기쁘고 즐거우실 거라고 믿는다. 미카엘라 같은 맑은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자의 입에서 “입당성가는 ○○번입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떡 일어나서 당신을 우렁차게 찬양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성가책을 거꾸로 들고 흥얼흥얼대는 가족 그리고 몇 달이 지난 「매일미사」책을 폼 나게 펴들고 목청껏 성가를 따라 부르는 가족도 예수님에게는 귀한 자녀이다. 예수님은 글을 못 읽는다고 타박하실 분이 아니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3-03-0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4

요한 15장 12절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