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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겨울에 웬 송편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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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하도 따사로워 마을 뒷산에 있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모처럼 산책을 했다.

코끝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 속에서 봄내음이 느껴졌다. 발아래 주위를 살펴보니 동장군의 심술을 이겨낸 쑥과 냉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어머! 벌써 쑥 송편 빚을 준비를 할 때가 왔네”라며 피식 웃었다. 늦겨울에 웬 송편?

우리 마을 여자 가족들은 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동산에 올라가 쑥과 냉이를 캔다. 그때가 되면 옥이 아지매는 주방으로 달려와 흰 이를 전부 드러내놓고 웃으면서 뭔가를 내민다.

“이모야! 쑥 뜯어왔다. 많이 뜯었제~. 내 아니면 이렇게 많이 몬 캔데이.”

이렇게 여자 가족들이 뜯어다 준 쑥은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가을이 돌아오면 이번에는 남자 가족들이 심심찮게 주방에 찾아와 비닐봉지를 내민다. 비닐봉지에는 산책하면서 주운 알밤 토종밤 쌍둥이 밤이 가득 들어 있다. 나는 그 밤을 삶아서 노란 속을 파내 냉동실에 따로 보관한다.

추석이 다가오면 부탁을 하지 않아도 수사님들이 연한 솔잎을 따다 준다. 그러면 그것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후 냉장고에 넣어둔다. 추석 바로 전날 그 재료들을 한꺼번에 냉장고에서 꺼낸다.

안나 할머니는 힘이 장사인 현준이에게 “냉장고에서 얼른 쑥하고 밤 속 꺼내와라”고 소리를 치시고 봉사자들은 안나 할머니에게 “팥 삶아 주세요” “밤 속은 달지 않게 설탕을 조금만 넣어 버무려 주세요” 하며 온갖 주문을 해댄다. 나는 식사준비를 하면서 반죽을 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가족과 봉사자 수도자들이 송편을 빚기 시작하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은 “다리를 못쓰지 손은 멀쩡하다”면서 재료를 방으로 갖다 달라고 재촉하신다. 가족들이 만든 송편은 모양이 전부 제각각이다.

가마솥에 솔잎을 깔고 20분쯤 송편을 찌면 하얀 김이 새어 나오면서 쑥내음과 솔잎향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사제관에 계시는 오수영 신부님은 어떻게 귀신처럼(?) 그 냄새를 맡으시는지 그때쯤이면 주방에 나타나신다. 신부님이 그날 미사 강론시간에 “가족 여러분이 만든 쑥 송편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 가족들은 신이 나서 손뼉을 친다.

유명한 떡집에서 만든 송편을 먹어 보았지만 우리 마을 쑥 송편 맛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름 봄부터 준비한 재료를 갖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사랑과 정성으로 빚었는데 그 맛을 어떻게 따라올 수가 있겠는가.

잔설 속에 피어있는 쑥을 보고 있노라니 벌써부터 올 추석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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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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