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시티=CNS】교황청이 최근 발표한 2003년도 연감의 한 통계자료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교황청의 우려를 설명해 주고 있다.
1991년 걸프전이 일어나기 전 이라크의 가톨릭 신자는 50만 이상이었지만 이번에 발표된 교황청 통계에 따르면 2001년 말 현재 신자수가 17만5000여명으로 지난 10년 남짓한 사이에 3분의 2나 줄어든 것이다.
이와 관련 교황청의 한 관계자는 “성서에 나오는 ‘출애굽’과 같다”면서 “새로 일고 있는 전쟁의 위협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가톨릭 신자들도 짐꾸릴 생각만 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1991년 걸프전 직전에도 전쟁으로 인해 이라크내 소수 종교인 그리스도인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리고 그들의 우려는 최악의 현실이 됐다. 어렵사리 걸프전을 견디어 낸 이라크의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10년간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로 낙담에 빠졌다.
이라크의 가톨릭 교회는 로마 전례를 따르는 가톨릭 신자들과 동방 전례에 속하는 갈데아 전례를 따르는 가톨릭 신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나 대부분이 갈데아 전례를 따른다. 갈데아 전례를 사용하는 가톨릭 교회의 필립 나짐 신부는 “지난 8년 동안 적어도 6만5000명 이상의 갈데아 전례 가톨릭 신자들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주했다”면서 “전쟁과 경제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이라크 내에서는) 어떤 희망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전쟁의 기운이 다시 돌면서 유럽의 교회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라고 나짐 신부는 말한다. 로마에 주재하면서 유럽 전 지역의 갈데아 전례 가톨릭 신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나짐 신부는 이라크로부터 몰려드는 수많은 난민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들을 어떻게 정착시켜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유럽 교회 관계자들이 당면한 문제라고 밝혔다.
후세인 정부는 그 동안 이라크 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대해 강경한 노선을 취하면서 자국내 그리스도인들에게 대해서는 관용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려할 만한 몇가지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이라크 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로마의 한 소식통은 지난 몇 달 사이에 가톨릭 성당들에 대한 2~3차례의 공격이 있었으며 이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례들이라고 전했다.
나짐 신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영향이 이라크에도 미치고 있으며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내 많은 온건한 이슬람인들을 과격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덧붙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에체가라이 추기경을 평화 사절로 이라크에 파견했을 때 많은 언론들은 추기경과 이라크 관리들과의 회동에 관심을 두었다. 하지만 교황청 입장에서는 이라크내 가톨릭 공동체를 격려하는 일 또한 에체가라이 추기경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실제로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이라크 방문 기간 중 교회 지도자들과 만나고 신자들과 함께 전례를 거행하면서 그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고 격려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