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다보면 삼랑진역 바로 직전에서 손을 들어 축복하시는 예수님상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오순절 평화의 마을이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마을을 포근하게 덮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요즘 기온이 뚝 떨어져 제법 추운 데도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 일하는 봉사자들을 뵐 때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에서 봉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 주방이다. 한번에 몇 백명의 식사를 준비하다보니 주방은 숨돌릴 틈 없이 돌아간다. 주방 봉사자들 중에는 아예 이불 보따리를 싸 갖고 와서 짧게는 한달 길게는 8년째 머물면서 일하는 분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적(?)이 주방에서 자주 일어난다.
얼마 전에 “내일이 대축일인데 가족들에게 과일이라도 한 접시씩 내주었으면….”하고 말했는데 다음날 새벽에 대구의 한 개척교회 목사님이 사과를 20상자나 싣고 오셨다. 1년에 서너번 과일을 갖다 주시는 고마운 목사님인데 마침 그 날 나타나신 것이다.
또 가족들에게 비빔밥을 해주고 싶어 콩나물을 사러 갈 참이었는데 읍내 콩나물 가게 주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수녀님예∼ 콩나물이 3통 남았는데 퍼뜩 와서 싣고 가이소”
며칠 전에는 텅빈 대형 냉동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부산에서 수산업을 하는 후원회원한테서 연락이 왔다. “오늘 아침에 배가 들어왔는데 와서 동태 가져 가세요”
참 신기하다. 찬거리가 쌓여 있으면 그런 연락은 전혀 오질 않는다. 꼭 떨어질 때쯤 되어야 후원물품이 들어온다. 동태를 가져가라는 연락이 온 날 소화데레사 자매는 “예수님이 주방 냉장고를 열어보시는 것 같아요”라며 하루종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봉사자들은 청하기도 전에 알아서 채워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매일 만난다. 그런 만남 때문에 음식냄새가 진동하고 설거지 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주방을 떠나지 못한다.
장기 봉사자들은 하루 2번 함께 기도시간을 갖는다. 어떤 자매님은 일이 끝나면 나머지 시간을 모두 묵주기도·성서읽기·성체조배에 할애한다. 일하고 기도하는 생활습관이 수도자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자매님은 요즘 “나 자신이 변화되어 가는 것을 느끼겠다”며 좋아한다. 오늘 낮에는 “7년 이상 된 주방 봉사자는 종신서원한 수녀님들처럼 반지를 껴야 한다”고 농담을 해서 주방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장애인들에게 밥을 지어주는 기쁨을 맛보고 수녀원에 입회하는 아가씨 인간적 고통을 안고 와서 노동과 기도로 그 시련을 이겨내고 떠나는 봉사자들을 볼 때마다 혼자 중얼거린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공짜로 부려먹지 않으셔. 희생을 몇 곱절로 갚아주시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