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생활을 하다 보면 늘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 우면동에서의 생활 가운데 기억에 남는 할머니 세 분이 있어서 적어 본다.
작년 여름에 본당 식구 중에 7가구가 크게 수해를 입었기에 본당재정에서 얼마간을 준비해서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한 집이 어떤 할머님 댁이었는데 혼자 사시는 분이었다. 이미 다른 곳에 사는 자식들이 와서 정리를 해놓은 터였지만 수해의 흔적은 그대로였다.
봉투를 전달하고 돌아왔는데 그 다음날 느닷없이 그 할머니께서 찾아오셨다. 내 앞에 내밀고 있는 통장에는 얼마 되지 않는 적금액이 찍혀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으로 족하니깨 이것(본당에서 전달한 봉투)으로 다른 좋은 데에 쓰시랑게요”라고 말씀하셨다. 참으로 꿋꿋한 할머니시라고 느꼈다.
또 한 분의 할머니는 약간의 치매가 있는 듯한 분이다. 하지만 그분은 한시도 쉬지 않고 동네를 두루 다니시면서 빈병을 주우신다.
어떤 때는 당신에게도 힘겨울 정도의 병을 머리에다 이고서 집으로 돌아오시기도 하는데 그것을 팔아서 매달 꼬박꼬박 비록 몇 천원에 불과하지만 성전건축헌금을 내고 계신다. 어떤 때 그 분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할머니 중에 한 분’이라는 생각이다.
세번째 할머니는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분이다. 지난 11월에 선종하신 분이신데 아직까지도 아니 앞으로도 꽤나 오랫동안 그분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을 분이다.
늘 정정하셨고 주일미사에도 노인대학에도 열심히 나오셨던 분이다. 집안일도 도맡아 하실 정도로 건강하셨던 분이었는데 이번 감기에 그만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
제주도에 가보시는 것이 소원이라던 그래서 지난 11월초에 있었던 ‘제주도 자연피정’에 다녀오신 후에 그렇게도 황망하게도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도 그분이 나에게 건네주시던 쌍화탕 병의 온기가 아직도 내 손에 느껴진다.
언젠가 선배 신부님이 “신부는 신자들 안에서 성화(聖化)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참으로 그러한 것 같다. 사목생활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신자들 그들은 분명 내 삶을 성화시켜주는 보물임에 틀림없다. 그 보물들 가운데 앞서 언급한 세 분의 할머니들이 계신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자신들의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사셨던 그분들의 모습에서 이 세상의 참 행복을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할머니 삼총사’가 늘 주님 안에서(이 세상에서 하늘나라까지) 행복하시기를 빈다. 아울러 모든 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