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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주님께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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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한 가지들이 찬바람에 몸을 움추리며 긴 겨울잠을 준비하고 있다. 이맘때면 2년 전 울면서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간 마리아씨 부부가 생각난다.

이곳 복지관에서 5년간 일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마리아씨 부부의 일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

마리아씨의 남편 김씨는 경마도박 중독자였다. 5년 전 서울로 올라와 구경 삼아 경마장에 몇 차례 간 것이 자신도 모르게 경마도박중독으로 빠져들게 했다.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날리고 급기야는 친척들의 돈은 물론 회사의 공금에까지 손을 대 마리아씨 남편은 마침내 회사에서까지 쫓겨났다.

결국 부부는 헤어져야 할 지경이었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비애를 느낀 김씨는 자살을 기도했다.

한밤중 요란하게 울어대는 전화 벨 소리에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 미안해. 고생만 시키고 빚만 남기고 떠나는 이 놈을 용서해. 약 먹고 죽어 버리려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마지막 유언을 남기기 위해 부인에게 한 전화가 잘못 연결된 것이다. 이것이 마리아씨 부부와 나와의 만남이 됐다. 나는 김씨와 2시간 정도 긴 전화 상담을 했다.

그 후 마리아씨 부부는 매주 월요일이면 빠짐없이 우리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단도박모임과 가족모임에 참석하여 도박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새벽부터 신문 돌리기 패휴지 주어서 팔기 등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 역시 처절했다.

대기업 간부로 성실성을 인정 받던 마리아씨의 남편에겐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지만 하느님을 알게 된 그들은 서서히 새로운 신뢰의 삶을 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떠나면서 “그날 밤 수녀님과 통화 중에 ‘죽을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열심히 살아서 하느님이 누구신지 알고 매달려 보고 나서 죽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이라며 단도박모임에 나오라는 말씀을 듣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어려운 이민 생활을 지금쯤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오늘도 한 부부가 퇴근하자마자 초췌한 모습으로 달려와 자신들의 중독증세를 호소하며 울먹인다. 주식투자중독 인터넷중독 경마도박중독 알코올중독….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중독자들을 도와줄 수가 있을까 아니 이 땅에서 뿌리 채 뽑아버릴 수 있을까. 오늘을 진실되이 살며 삶의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날 때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모든 것을 주님께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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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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