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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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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새벽 2시쯤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린다.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여성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 저편에서 들려온다. 잠결에 이렇게 간절한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받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시퍼렇게 멍들도록 맞아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와서는 수녀를 보는 순간 안도감이 드는지 통곡하는 여성 칼을 휘두르는 남편을 급히 피하려고 2층에서 뛰어 내리다 다리가 골절된 상태로 피신해온 여성 등 구타 당한 여성들을 만난 지가 벌써 4년이 되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잠자다 구타 당하고 갖은 욕설과 정신적 학대를 받으며 인간의 기본권조차 포기하고 사는 이들.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며 폭력의 굴레에 머물러 있는 이들. 이런 가정 폭력의 문제는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만연하다.

이런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해 ‘까리따스 여성쉼터’를 마련했다. 이 쉼터에서 머물다간 여성들이 ‘여사모’라는 자조모임을 만들어 ‘여성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뜻처럼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느날 이 모임에 나온 한 여성의 변화된 모습에 우리는 모두 놀랐다. 그녀는 결혼 초부터 남편의 구타와 정신적인 괴로움으로 30여년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서 살아왔다.

자식 때문에 간신히 살아왔다는 그녀가 1년 전 쉼터에 왔을 때는 이미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있었다. 매일 죽고 싶다고 호소하던 그녀가 그날 이렇게 큰소리로 외쳤다.
“관장 수녀님 나 좀 보이소. 오늘은 내가 멋 내고 왔습니더. 귀부인 같지예. 저는 요즘 사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릅니더.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내 힘으로 돈을 벌어 내 이름으로 된 저축통장을 가져보니 내 삶이 신기합니더. 요즘은 여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를 드릴 때가 있지예. 혹시 복지관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증언 강연회가 있으면 나를 강사로 불러 주이소. 가정폭력으로 시들어가는 여성들을 위해서 외치고 싶습니더. 인생은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광명도 있다고. 꼭 불러 주이소.”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난 그녀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내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심한 우울증 때문에 회복이 어렵다고 진단 받았던 그녀가 이렇게 살아서 삶의 찬가를 외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쉼터에서 상처를 치유받고 힘을 얻어 자존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화된 여성들을 통해서 하느님 오묘한 섭리를 느끼곤 한다. 그러기에 오늘도 하느님 섭리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들의 동반자로 힘찬 걸음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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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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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3장 6절
주님, 저는 주님 자애에 의지하며, 제 마음 주님의 구원으로 기뻐 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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