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계동성당(주임 조용국 신부)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여성 신자들이 성당 맨 뒷자리에 앉아 미사에 참례해야 할 만큼 찬밥(?)대접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본당 남성 신자들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기 때문이다. 아예 ‘본당 남성 신자 미사’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미사 후에 잔치까지 벌일 만큼 남성 신자들이 대접을 받는 날이다. 그래도 여성 신자들은 이 미사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듯 호기심을 갖고 진지하게 참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년 전 1998년 3월부터 매달 빠짐없이 열리고 있는 월계동 본당의 남성 신자 미사는 그 진행도 재미있다. 미사 말씀의 전례 부분에 ‘복음 나누기 7단계’ 프로그램을 응용해 남성 신자들이 미사 도중 복음 나누기를 한다. 그리고 본당 전신자들이 다음 한달 동안 지켜야 할 실천사항과 묵상 주제 ‘생명의 말씀’을 선정한다.
월계동 본당 내 26개 지역에서 남성 신자 130여 명이 참석한 지난 8월29일 ‘남성신자 미사’에서는 ‘생명의 말씀’을 정하면서 열띤 논쟁도 벌어졌다. 생명의 말씀으로 “네 소원을 말해 보아라. 무엇이든지 들어주마”(요한 6 22)를 정했으나 신자 일부가 “헤로데 왕이 할 말을 생명의 말씀으로 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 그러자 미사 해설자가 주례 신부에게 ‘솔로몬의 판결’을 요청했다. 주례 신부는 “헤로데 말은 합당치 못하다”고 하자 신자들은 다시 의견을 모아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했다”(요한 6 20)로 정했다. 또 실천사항으로 “순교 정신 이어받아 이웃에게 사랑과 복음을 전하자”로 선정했다.
생명의 말씀과 실천사항이 정해지자 남성 신자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기뻐했고 미사 후 성당마당에서 삼계탕과 소주로 잔치판을 벌이면서 “추석 때 지역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자”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총 지역장 김길영(47 토마스 아퀴나스)씨는 “남성 미사 실시 후 각 지역에서 남성 신자들이 매월 실천 계획표를 만들어 내집 앞 청소하기 쉬는 신자 회두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며 “본당 내 남성 신자들이 모두 알고 친하게 지내 소공동체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본당 총회장 양귀만(65 요한)씨는 “새 영세자나 전입자들이 남성 미사를 통해 쉽게 어울려 신자들의 친교를 이루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자랑했다.
본당 이상범 신부는 “남성 미사를 통해 본당 남성 신자들 모두가 복음적인 생활을 하려고 함께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선교가 잘 될 뿐 아니라 본당도 활성화되고 있다”며 “아름다운 전통을 꾸준히 이어가 신앙생활의 모범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