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본당이 19개 공소를 두고 있다면?
서울 개봉동본당(주임 이강구 신부) 19개 지역(구역)의 신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을 공소라 부르고 지역장을 공소회장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본당의 모든 대소사가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며 또 지역 자체활동이 그만큼 활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본당 내 지역을 단위로 철저한 지방자치 제도가 정착된 곳이 바로 개봉동본당이다.
이 본당이 소공동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하나. 다른 본당에서는 일반적으로 미사 전례와 성전 청소 헌금 정리 음료수 봉사 등을 담당하는 단체가 각기 따로 있지만 개봉동본당에서는 이 모든 것을 19개 지역의 신자들이 각기 1주일씩 돌아가며 맡는다. 특정 단체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속한 지역의 차례가 돌아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셈인데 이 같은 활동이 신자들에게 서로간의 유대감은 물론 본당에 소속감을 갖도록 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본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지역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자체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복음나누기 7단계로 진행되는 90여개 반모임을 기본으로 지역별 자체 봉사활동과 피정 성지순례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데 이 모든 것에 대한 결정권은 지역에 위임되어 있고 본당의 활동은 지원에 국한된다. ‘간섭은 최소한 지원은 최대한’이라는 지방자치 제도의 취지가 살아 숨쉬는 곳이 바로 개봉동본당의 소공동체인 것이다.
개봉동본당의 소공동체가 지금처럼 활성화된 데에는 10여년전 본당을 소공동체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본당 내 모든 단체 해산’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조용국(당시 주임) 신부의 숨은 공이 컸다. 본당이 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 소공동체가 정착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 신부는 레지오 마리애 조직까지도 해산시킨 후 지역 단위로 묶어버렸다.
불만의 목소리도 컸지만 10여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었기에 지금과 같이 소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 본당 신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특히 레지오 활동과 관련 지역 조직 산하에 레지오를 두고 반모임에 참여하는 신자들 대부분이 레지오 활동을 같이 함에 따라 흔히 있기 쉬운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의 갈등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소공동체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최근에는 신심 단체들이 하나둘씩 새로 생겨나고 있지만 이 단체들 또한 소공동체라는 기반 위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개봉동본당이 19개 지역을 중심으로 지금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배경에는 성당일이라면 만사를 제치는 구역·반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여성 구역·반장의 경우 반모임만 한달에 두번에다가 지역회의 한번 본당 전체 회의 두번 등 모임만 해도 적잖기 때문에 생활의 리듬이 항상 성당에 맞춰져 있다. 지겨울(?) 정도로 자주 만나면서도 툭하면 ‘차 한잔 하자’는 건수를 만들어 또 만나는 등 친형제보다 더 돈독한 우애를 자랑하는 이들이 다름아닌 소공동체 봉사자들이다. 매월 실시되는 지구별 반장 교육에 한두명 빼고는 다 참석해 지난해에는 출석율 2위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기필코 1등을 차지하겠다는 열의가 대단하다.
한달에 한번 열리는 남성 지역 모임을 비롯해 여성 반모임에 늘 참석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 주임 신부와 본당 수녀들의 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신자들에게 큰 힘이 됨은 물론이다. 개봉동본당은 현재 운영 중인 초등학생 소공동체 모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중고등학생 소공동체까지 결성 명실공히 소공동체 본당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소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을 대폭 이양하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힌 이강구 신부는 “신자들끼리의 유대를 강화하고 본당 사목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는 소공동체 중심 사목을 다른 본당에도 적극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강희 기자kh100@pbc.co.kr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