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이 하느님의 자비주일(부활 제2주)에 전대사의 은총을 허락한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몸소 체험하고 그것을 세상 한가운데서 더욱 적극적으로 증거하도록 격려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0년 대희년에 전대사의 은총을 누렸던 그리스도인들은 앞으로 매년 하느님의 자비주일에 고해성사로도 청산되지 않았던 남은 벌[잠벌]을 사면받을 수 있게 됐다.
교황이 하느님의 자비 신심에 투신했던 파우스티나 수녀를 2년 전 새 천년기의 첫 성인으로 선포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 하느님의 자비주일을 제정하고 또 이번에 전대사를 허용한 일련의 조치는 증오와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촌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9.11 뉴욕테러와 보복전쟁 세계 도처에서 빈발하는 테러 부의 편중화 현상 등은 인류가 사랑과 용서를 전제로 하는 하느님의 자비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교황의 판단이다.
교황은 이미 1980년에 발표한 회칙 「자비로우신 하느님」에서 “사회가 보다 인간다워지려면 다각적인 인간 관계와 사회 관계에 정의만이 아니라 ‘자비로운’ 사랑을 도입하는 길 밖에 없다”(14항)고 밝혔다. 이는 인류가 평화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말이다.
하느님의 자비를 누구보다도 먼저 실천하고 증거해야 할 주체는 그분의 자비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분명하게 깨닫고 느껴야 한다.
하느님과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와 배반까지 용서해주고 ‘잃었던 아들의 비유’(루가 15 11-32)에서처럼 끝없는 사랑을 베풀어주는 자비의 아버지다.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것 자체만으로도 하느님 자비의 손길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고백하면서 그분의 자비에 기대에 사는 교회는 그분의 자비를 세상에 전파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겠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전대사를 통해 하느님의 얻어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은총을 이웃과 사회에 나눔으로써 하느님 자비가 가득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다.
전대사를 얻는 데는 고해성사와 영성체 기도 등이 필수이지만 더 구체적인 사항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www.cbck.or.kr)가 최근 도착한 교황청 내사원 교령 「하느님 자비」를 번역해 제공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