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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세계] 10. 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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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에서 예로부터 중요시해온 몇 가지 개념 중 빠트려서는 아니 될 것이 천(天) 개념이다.
유학에서 ‘천’ 개념을 중요시해온 것은 마치 서구철학에서 신(神)의 개념을 중요시 하였음과 맞먹는다. 과거 서구에서 신을 최고의 신앙대상으로 또는 궁극적 절대자로 믿었듯이 천도 원초유학 이래 현재까지 유학에서 그와 비슷하게 믿어져 왔다.
‘천’은 원래 상제(上帝)의 의미로 출발하였으나 공자 맹자 등을 기점으로 ‘양심의 근거’‘자연의 원리’의 의미가 추가되었으며 순자 부터는 ‘자연’ 그 자체를 가리키다가 성리학자들에 이르러 ‘리’(理 天理)의 의미까지 더하게 되었다.
퇴계는 그의 ‘성학십도’에서 경(敬)의 마음가짐의 한 방법으로 ‘상제를 대하듯이 하라’는 주희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또 서경의 ‘하늘이 사람들을 낳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그가 상제 의미의 인격신 천을 믿은 예이다. 이는 그가 인간 생존의 근거를 인격화한 절대적 존재인 천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퇴계의 상제 천관(天觀)의 귀착점은 군왕을 비롯한 지배층의 수양(修養 특히 경의 마음가짐)에 의한 민본위민(民本爲民)의 정치를 행하도록 하는데 있다.
물론 일반인들의 경우에도 천이 인간을 생(生) 하였고 운명(運命)과 같은 천명(天命)을 부여한 이상 수양을 통하여 선행을 쌓아야지 악행을 해서는 안된다. 퇴계가 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숭배나 신앙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수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요컨대 상제를 대하는 듯한 경의 마음가짐으로‘인간이 상제(上帝) 천(天)의 뜻에 맞도록 생활하는 것’이 곧 유학에서 가장 원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하지만 여기서 천인합일은 단순히 상제의 뜻에 맞도록 행동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퇴계에 있어서 그것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생활함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자연의 법칙인 천도(天道)와 당위의 법칙인 인도(人道)가 일치하게 생활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퇴계의 천 개념은 ‘상제 자연 리’ 등의 의미를 포함하는 다의적 개념이다. 그는 오랜 유학사에서 이루어져온 천의 의미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인정하고 계승하면서도 그 의미들을 각각 때와 장소 또는 문제에 따라 적합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한가지 특징은‘수양’(修養)의 필요성을 어느 경우에나 빠짐없이 필수조건처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결국 그의 천관(天觀)이 근본적으로 도덕지향의 특성을 지닌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수양을 바탕으로 한 도덕의식을 제거한다면 그의 천인합일은 어떤 시각에서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처럼 퇴게는 비록 상제라는 인격신을 믿는 경우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도로 발달된 이기철학(理氣哲學)인 태극(太極) 천명(天命)과 같은 리(理)를 응용함으로써 합리적인 천관을 피력하였다.
하지만 그는 합리적인 사고를 구사한 나머지 ‘기(氣)를 타고 출입하는 리(理)’를 신(神)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천이 곧 리’(天卽理)이고 ‘리가 곧 신’(理卽神’이라면 결국 ‘천이 곧 신’(天卽神)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와 같은 논리 내지 이론이 성립됨을 고려하면 그의 천은 단순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신의 의미까지 내포한다.
따라서 이것은 바로 그의 다의한 천 개념에 새로운 의미하나를 추가하여 그것을 더 복잡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논자의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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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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