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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세계] 9. 천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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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옥숭(한일장신대 교수)
조선 말기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던 민중들에게 희망을 제시했던 동학운동은 후에 동학혁명과 3·1운동으로 민족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민족종교가 된다. 동학사상에서 구원의 내용을 수운 최재우와 혜월 최시형의 사상을 통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동학은 1860년 4월5일 수운 선생의 종교(신비) 체험에 의해 창도된다. 수운은 당시 어지러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피폐한 생활 속에서 시달림을 당하는 민중과 무너져 가는 나라를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수운은 이러한 자신의 실존적 정황을 보국안민하려는 의지로 승화 발전시켜 나간다. 즉 세상을 살리는 길이 곧 자기 자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게 된다. 수운은 세상이 어지럽고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원인이 천리(天理)에 순종치 않고 천명(天命)을 돌아보지 않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수운은 자신만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발전시켜 나간다. 시천주 사상은 동학의 정체성을 밝혀주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수운의 시천주 사상은 조선조 봉건사회의 신분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했던 기질지성(氣質之性 양반은 양반의 기질을 타고 나고 상놈은 상놈의 기질을 타고 난다는 것)에 의한 인간 이해를 부정한다. 인간은 한울님을 모시고 지극히 섬기면 누구든지 군자가 되고 신선이 된다.
더 나아가 이조 말의 암울했던 사회 불안했던 사회에 밝은 낙관적인 미래를 펼쳐 보여준 사상이 수운의 후천개벽(後天開闢) 사상이다. 수운은 순환론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다. 수운은 자신이 신비 체험을 한 1860년 4월5일을 분기점으로 그 이전을 선천 그 이후를 후천개벽의 새로운 시대로 보고 있다. 수운의 관심은 이처럼 죽음 이후의 세상에 있지 않고 이 세상에 이상 사회를 구현하는 데 있었다.
동학에 있어서 수운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인물이 해월이다. 1863년 8월14일 수운으로부터 도통을 이어받은 혜월은 1864년 4월14일 수운이 순도(殉道)한 이후 지하 포덕(전교)을 통해서 조직을 확대하고 의식을 제정하는 등 교단의 명맥을 이어간다. 더 나아가 혜월은 스승인 수운의 시천주 사상을 확대 해석 발전시킨다.
혜월은 모든 만물에는 천이 내재해 있다고 보았다. 혜월은 모든 만물이 유일한 지기(至氣 天)로부터 나오며 따라서 천지만물이 시천주 아님이 없다고 본다. 여기에서 혜월은 시천주의 의미를 만물이 생성할 때부터 더불어 내재해 있는 생명 그 자체와 동일한 의미로 보고 있다.
이러한 해월의 시천주 사상은 경인(敬人)에서 경물(敬物)에까지 이른다. 여기서 경인은 곧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을 한울처럼 대하라)으로 연결된다. 인간을 공경하지 못하면서 한울만 공경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혜월의 사상은 마치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느냐 하는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증명이 된다는 그리스도교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혜월은 더 나아가 양천주(襄天主)를 말한다. 양천주는 곧 한울을 닮아가는 것 한울의 품성을 키우고 닮아가는 것이다.
이는 때가 낀 마음이 아닌 본래의 순수한 마음(바로 한울의 씨앗)으로 돌아와 한울님 마음이 내 마음이 되는 천인합일의 경지다. 무궁한 한울의 생명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로 시천주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혜월은 또 남을 미워하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 남과 시비하는 마음을 갖는 것 등 모든 비도덕적인 행위는 한울을 양(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울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혜월은 마을을 정(定)하게 하고 한울을 양(襄)하면 즉 한울을 닮아가서 그것이 자꾸 커지면 성인도 될 수 있고 천인합일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한울과 합일할 수 있다는 이러한 혜월의 사상 속에는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또 여기에는 무궁한 우주의 대생명이 꿈틀거리고 있는 천지만물 모두가 유기체적인 생명 공동체라는 깨달음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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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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