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외신종합】전 세계의 영적 지도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현실 정치세계의 지도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미국 사제들의 성추행 파문 미국의 대(對) 테러전쟁 중동 문제 등 현안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부시 대통령은 5월28일 로마에서 열린 나토-러시아 확대정상회담을 마친 후 곧바로 바티칸에 들어가 교황을 알현 통역인과 보좌관을 모두 내보낸 채 교황과 20여분간 단독면담을 가졌다.
교황청 대변인과 백악관 대변인 등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미국 사제들의 성추행 파문에 우려를 표시하자 교황은 “미국 가톨릭 교회는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영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가톨릭은 미국 사회에서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교회”라고 말한 후 교황이 동유럽 공산정권 붕괴에 기여한 것을 비롯해 세계 평화정착을 위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준 점에 경의를 표했다.
그러나 중동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교황과 부시의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중동 문제는 정치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도적 측면에서도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중동에서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티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대 테러전쟁 등 몇 가지 사안을 제외하고는 부시 행정부와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대외 정책 등 모든 면에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보다 관계가 원만하다고 말한다.
바티칸의 한 관계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만남 자체가 없었지만 요즘은 백악관과의 비공식 접촉이 늘고 있다”며 “현재 바티칸은 미국의 어떤 정책에 왜 동의할 수 없는가를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유엔 총회에서 바티칸과 미국은 낙태 생명운동 등의 현안에 같은 입장을 표시했고 중국과 러시아에 종교의 자유를 촉구하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종교의 자유는 모든 신앙을 풍요롭게 가꿔준다”면서 정교회측에 종교적 관용을 베풀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