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불가리아=CNS 종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달 22일부터 5일간 아제르바이잔과 불가리아를 방문해 전달한 메시지의 핵심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종식’이다.
교황은 22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 세상의 어느 종교도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신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폭력을 멈추고 종교간 대화에 나설 것을 전세계 종교 지도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교황은 불가리아에서도 종교적 관용을 강조하면서 “정교회측이 로마의 대표적인 성당에서 전례를 거행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파격적인 허용조치를 발표했다.
교황은 이번 방문 목적이 신자들을 찾아가는 사목적 방문이 아니라 종교간의 평화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가톨릭 신자가 120명뿐이 안 되는 이슬람 국가 아제르바이잔에서 행한 연설의 첫 마디가 “나는 평화의 사도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 종교 문화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그리고 유다교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전쟁은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동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82세 노구를 이끌고 아제르바이잔을 찾아간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단순히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였다면 120명을 교황청으로 초청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에는 1930년대에 스탈린이 바쿠에 있는 대성당을 파괴하는 바람에 성당이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핸드볼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에서 기념미사를 거행하고 시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비행기 트랩을 걸어 내려올 수 없을 만큼 쇠약해져 교황 즉위 후 24년만에 처음으로 특수 제작된 승강기를 타고 비행기에서 내려와 땅을 밟아야 할 정도였다.
교황은 또 국민의 80가 정교회를 믿는 불가리아에서 정교회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초대를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정교회의 네오피트 주교는 기자들에게 “정교회 일부에서는 교황을 이교도라고 생각한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황은 정교회측에 종교간의 화합과 대화를 수 차례 촉구하면서 평화를 가치를 역설했다.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은 6월에도 캐나다 토론토 과테말라 그리고 멕시코를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다”며 “평화를 전파하러 다니는 길이 때로는 험난할지라도 교황과 우리는 계속 활기차게 그 길을 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