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총 2500여쪽(공동번역 성서기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신구약 성서를 한 번에 완독하는 ‘성서통독 피정’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자칫 무모한 도전 같아 보이는 이 피정은 오순절 평화의 수녀회 창설자인 오수영 신부가 성서 읽기의 생활화를 강조함에 따라 수녀회가 8년 전 처음 시작한 것이다.
이 피정의 효과와 영적 체험이 입 소문을 타면서 지난 13일부터 7박8일간 밀양 삼랑진 수녀원에서 열린 피정에는 신학교 입학생 교사 수도자 등 100명이 참가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피정 참가자들은 7∼8명이 1조를 이뤄 꼼짝않고 자리에 앉아 성서를 읽는 강행군을 한다. 한 사람이 일정 부분을 읽고 나면 옆 사람이 이어받는 릴레이식 독서법이다. 이들이 성서에서 눈을 떼는 시간은 미사와 식사시간 그리고 화장실 다녀오고 잠자는 시간뿐이다.
성서는 한 구절씩 그 뜻을 음미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실제 피정에 참가한 사람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이 또렷하게 머리에 들어오는데다 성서의 전체적인 흐름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피정에 참가한 박철환(44 노엘)씨는 “자세를 바로잡고 하루 16시간 이상 성서를 읽느라 둘째 날까지는 힘들었지만 그 고비를 넘기자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집중력이 높아졌다”며 “옆 사람이 지치면 대신 봉독을 자청하는 조원들의 희생자세에서 공동체 정신까지 덤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이양희(47 레지나)씨는 “혼자서 성서를 띄엄띄엄 읽어 온 것이 이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연결되었다”며 “몸이 지칠수록 충만해지는 영적 기쁨을 느끼고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은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박필섭(49 파스칼)씨의 경우 2년 전 ‘신약 통독피정’을 마치고 돌아간 이후 레지오 단원들과 30분간 성서를 읽고 나서 주회를 시작한다. 그는 이번에도 신구약 통독에 도전해 8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신구약 통독피정은 이번이 3번째지만 2∼3일 일정의 신약 통독피정은 밀양 삼랑진과 경기도 여주에서 수시로 열린다.
수녀회는 지난해 미국 볼티모어 한인성당의 요청으로 피정지도를 다녀온 데 이어 다음달에는 캐나다 밴쿠버 한인성당에 가서 피정을 지도할 예정이다.
오수영 신부는 “피정 참가자들이 ‘불씨’가 되어 한국교회에 성서 읽기의 열풍이 확산되어 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특히 신학생과 수도자들에게는 적어도 5번 이상 성서를 통독한 후 사제품과 종신서원을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피정문의 055-352-4241 02-774-8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