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저금통 600개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지구 극빈자 500가구를 울렸다.
지난해 12월30일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산101번지 일대 골목으로 몰려 나온 난곡지구 주민 500여명은 이름 모를 사람들로부터 가래떡 한 봉지씩을 선물로 받아 들고 눈시울을 적셨다. 2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삶의 고통을 아는 듯 다가오는 새해에 먹을 떡국거리를 나눠준 작지만 따뜻한 사랑에 감동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재개발 지역으로 정해진 자신의 삶의 터전을 올해 3월까지 비워줘야 하지만 가난한 사글세 세입자 형편이라 오갈 데 없이 연탄 몇 장으로 엄동설한을 넘겨야 할 처지다.
이들에게 숨은 사랑을 실천한 주인공은 서울대교구 난곡동 본당(주임 홍근표 신부). 난곡지구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본당 신자 600세대가 지난 대림시기 동안 사랑의 저금통을 모아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모금 총액은 660여만원. 이는 신림동 일대에 사는 난곡동 본당 신자 대부분이 그다지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생활비를 아껴 모은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또 이날 저녁과 이튿날 오전 난곡 지구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떡을 나누고 남은 돈으로 20가구에게 사랑의 성금을 전달했다. 난곡동 본당이 지난 11월부터 난곡지구 주민 대표와 세입자 대표들과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가구는 난곡지구 내에서도 기초생활보장법의 수혜대상에 들지 못해 생활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딱한 이들이다.
이 중에는 장애인 동생과 함께 공공근로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할머니 신체적 장애로 인해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쪽방에서 겨우겨우 살고 있는 할아버지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날 자신의 거처를 찾은 난곡동 본당 신자들을 보고 ‘성당에서 오셨네요’라며 반긴 민병화(80) 할머니는 사랑의 성금을 건네 받고는 눈물을 흘렸다.
“27살 때 남편이 아들 하나 놓고 도망간 뒤 홀몸으로 연명해왔어요. 아들 놈 하나도 몸이 성치 않아 제 밥거리 찾아 다니기 바쁜 형편인데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 사랑을 나눠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주병 기자 jbedmond@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