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것이 겨울을 재촉합니다. 너무 가뭄이 심해 내년을 걱정하지만 당장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욱 추운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우리 주변엔 이 추운 겨울을 이기고자 하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는 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직장사목부에 첫발을 내딛고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거의 매일 이다시피 직장인들이 농성을 하였습니다. 물론 생존권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가 가져다 준 고통은 많은 이들이 평생이라고 생각했던 직장을 떠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때의 광경을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직종 이기주의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그들 가운데서 사목을 해야 하는 저로서는 그들을 어떻게 올바로 봐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일명 가톨릭 직장인) 안에 담겨진 이웃사랑의 실천을 보면서 흐뭇해 하곤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직장인 신자 공동체 대부분은 회비를 걷습니다. 잘 걷히는 직장 그렇지 못한 직장이 있지만 그 회비의 용도는 그 공동체를 위해 사용됩니다.
그 중에서도 그들 대부분은 반드시 매월이든 연말이든 그 회비 중의 일부분을 그들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보다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실천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수도 있는 그 일을 우리 직장 공동체원들은 거의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같은 물질적인 도움뿐 아니라 육체적으로 봉사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 은행의 신자들은 매월 장애자의 집에 방문하여 일손을 돕는다고 합니다. 모 호텔 모 은행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그들이 직장사목을 하는 저에게는 실천하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바쁜 직장생활 경쟁하는 세상 속에 던져진 그들이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맛을 맛보고 사는 그들이야말로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삶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마음만 먹으면 우리들에게는 추운 겨울도 따스하게 보낼 수 있는 여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있기에 보람이 있고 기쁘게 살 수 있는 원천이 된다는 것을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