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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군종 신부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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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갖고 다니는 미사 가방은 ‘007 가방’보다 훨씬 크고 무겁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능력자라고 할 수 있는 저는 아무 면허증도 없어 하느님께서 주신 튼튼한 두 다리와 두 팔로 이 가방을 들고 다닙니다.
가방을 들고 버스 전철 택시 등을 가리지 않고 미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그러나 몸이 아플 때는 그 가방이 왜 그리 무겁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쩝니까. 신자들이 직장 안에서 미사 봉헌을 위해 기다리는데.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기분 좋게 들어서는데 내가 잘못 왔나 싶을 정도로 단 3명만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신부가 되어 미사를 봉헌한 이후 최고로 적은 수였습니다. 신부가 인원수 보고 미사하면 안되지 하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아지질 않았습니다. 그 때 어느 군종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군종 신부가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부대에 들어섰는데 10명 남짓 밖에 없더랍니다. 그 중에 한 명만 세례 받은 신자고 나머지는 그냥 종교행사가 있어서 나왔다는 겁니다. 게다가 그 신자마저 냉담중이라면서 영성체도 하지 않았답니다. 그 신부는 맥이 빠지고 사제로서의 절망감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합니다.
‘사제는 단 한명의 신자가 있더라도 소중히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 지금까지 좋은 것만 많은 것은 바라고 살았지만 이제는 작고 없지만 소중히 여기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니 3명의 신자도 적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너무 겉 멋에 길들여지기 전에 마음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안해 하는 신자들에게 이런 강론을 했습니다.
“미사에 너무 조금 나왔다고 미안해 하지 마세요. 전 단 한 사람만 나와도 미사를 봉헌할 겁니다. 그 한 사람도 하느님 앞에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전 이제 군종 신부의 마음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단 몇 명의 의인만 있어도 멸하지 않겠다던 하느님을 믿는다면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의 정성으로 이 미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의 직장이 복음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몇 사람의 의인이 전체를 구할 수 있듯이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살도록 합시다.”
정말 하느님께서 저에게 영을 불어넣어 주셨나 봅니다. 강론을 하면서 오히려 힘이 났고 신자들이 더 마음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습니다.
군종 신부의 마음을 사는 것 이것이 직장사목을 하는 저에게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군종 신부님들 모두의 권투를 빌면서 작은 것에도 소중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사제의 모습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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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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