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기르고 사랑으로 버무리고’
서울 종로본당(주임 구요비 신부) 신자들이 직접 재배한 무공해 배추와 무로 담근 김장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줘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종로본당 신자들은 지난달 20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성당농장에서 뽑아온 배추 700여 포기로 김장을 담가 종로 일대의 홀몸 노인과 결식아동 가정에 전달했다.
서울 토박이가 대부분인 신자들이 씨를 뿌리는 일에서부터 김치 배달까지 ‘토털 봉사’를 한 것은 1000여평의 농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봄 본당이 성당묘지 옆의 땅을 농장 겸 자연학습장 용도로 매입하자 신자들은 상추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을 기르면서 농사 짓는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흙을 처음 만져보는 신자들은 농산물을 성당에 내다 팔아 성당 수리기금으로 적립하는 동안 땅에 뿌린 씨앗이 돈으로 변하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그러고는 8월 하순 “우리가 재배한 농산물로 어려운 이웃의 ‘겨울 양식’을 준비해 주자”면서 ‘사랑의 김장 담그기 작전’을 개시했다.
겁 없이 농사 일에 도전한 신자들은 배추와 무는 물론이고 쑥갓까지 심어 놓고 매 주말마다 승합차를 타고 나가 작물을 돌봤다.
박외옥(55 보나) 총구역장은 “대부분 농사 짓는 게 처음이라 서투르기는 했지만 정성 만큼은 두배 세배로 쏟았다”면서 “가뭄 때문에 평일에도 밭에 나가 물을 퍼 나르느라 신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작물이 타 들어가자 매장까지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밭에 나간 상점 주인도 있다.
한성희(59 미카엘라) 사목회 부회장은 “무공해 작물이라는 것을 알고 주위에서 팔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다 뿌리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을 담갔다”며 “흙을 만지면서 누린 기쁨과 불우이웃의 환한 웃음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수확물”이라고 말했다.
구요비 주임신부는 “종로 일대에서 상업에 종사하는 신자들은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정말 성의껏 봉사해 주었다”면서 신자들의 봉사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수원교구 군포본당(주임 이철수 신부)은 11월22일부터 23일까지 소년소녀 가장과 무의탁 노인 등 지역내 소외된 이웃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 를 가졌다.
인근 군포 소방서의 대형 급수차까지 동원된 이번 대규모 김장 행사에서 200여명의 신자들은 이틀동안 300가구에 전달할 배추 2800포기를 담궜다.
배추에서부터 양념에 이르기까지 모든 김장 재료를 산지에서 직접 구입한 신자들은 김장 예산 500만원도 직접 배추 한포기 모금 바자회 를 개최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열성을 보였다. 군포본당은 5년전 부터 매년 겨울이 되면 김장 담그기 행사 를 통해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 오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김영복(50 바오로) 사회복지분과장은 “많은 신자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오히려 일치를 체험할 수 있었다”며 “선교 차원에서도 많은 효과가 있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으로 김장 나누기 행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대식 기자 jfac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