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현황을 보면 2000년 말 현재 75세 이상 서울시의 노년인구가 33만 1 735명이라고 한다. 과거추세로 볼 때 이중 치매가능 치수가 15라고 하면 약 오만명정도의 어르신이 치매대상 노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내의 치매어르신을 가정을 대신하여 보살펴줄 보호소나 유 무료요양시설은 극히 제한되어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은 그나마 정부에서 마련한 무료요양원에 갈 수 있어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지만 생활이 어렵고 부부가 막일로 맞벌이하며 나날을 근근히 살아가야 하는 가정에서의 어르신들은 치매가 있을 경우 몹시 어려움을 겪는다.
24시간 함께 하지 않으면 늘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는 치매노인의 상태를 가정에서만 전적으로 책임지기는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어르신들을 가정과 협조하여 보살필 수 있는 사회기관은 아직까지 부족하니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가족들이고 또 당사자인 어르신들이다. 더구나 인권이 침해되어도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이 거의 불가능한 치매어르신들이니….
우리 성심의 집이 치매어르신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지가 12월5일이면 만 5살이다. 그 동안 이곳에 계셨던 분들은 모두 170명 정도. 숫자로 보면 비록 미미하나 이분들이 성심의 집에 머무시면서 이 세상에서 생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며 장식해 놓고 가신 나름대로의 삶에서 보배로운 모습들은 참으로 엄청난 분량인 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배회증에 심한 불면증까지 겸하시어 모든 봉사자들을 한꺼번에 지치게 하면서도 가끔씩 정신이 드시면 다정스레 손잡아주며 “고생이 많제? 이 늙은이들이 빨리 죽어야 할 텐데….”하시던 데레사 할머니 바람기가 심했던 남편 때문에 평생을 작은댁과 함께 살면서 그 아들들을 키워주고도 남편 원망 대신 기도하는 마음의 여유를 지니셨던 그래서인지 연하곤란(치매말기증세인 식도이완운동 약화상태)으로 식사도 겨우 하시고 기력 없이 누워 계시면서도 묵주기도시간이나 월례미사 땐 빠뜨리지 않고 기도문을 끝까지 줄줄 외시던 이데레사 할머니 상처한 남자에게 후처로 들어가 아예 자녀출산을 단념하시고 평생을 전처 자녀들을 챙기고 뒷바라지하다 치매로 인해 마지막을 홀로 힘겹게 고생하시면서도 끝까지 자녀들을 두둔하셨던 도로테아 할머니 등….
오늘도 할머니들께서 살아오신 긴 여정의 시간들은 기쁨으로 고통과 눈물어린 감동으로 혹은 슬픔과 긴 삶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로움과 충만함으로 기회만 되면 줄줄이 구슬 꿰이듯 엮어져 나와 성심의 집 구석구석을 장식해 주고 있다.
▲다음 필자는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목국 직장사목부 전담 정진호 신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