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에서는 예비신자 입교원서를 직접 받지 않습니다.”
광주대교구 치평동본당(주임 류현수 신부)은 입교원서를 들고 찾아오는 예비신자를 그냥 돌려보낸다. 반드시 입교 희망자가 거주하는 구역의 소공동체 사도(구역반장)를 통해서 제출해야 한다.
예비신자 환영식 날에도 소공동체 사도가 나와서 교우들에게 새 식구를 소개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예비신자 선발예식 세례식 등에도 소공동체 가족들이 예비신자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돌봐준다.
치평동본당이 6일 열린 소공동체 서울모임에서 발표한 소공동체 운영사례에 따르면 본당의 예비신자 관리는 전적으로 소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예비신자가 교리교육을 받는 날이면 소공동체 가족들이 간식을 준비해서 교리반을 방문할 정도로 정성이 대단하다.
이러다 보니 예비신자가 성당에 나와 서먹서먹해 하거나 영세 후 신앙생활에 재미를 못 붙이고 금방 쉬는신자가 되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다.
치평동본당은 1998년 2월 광주시 서구 상무 신도시 아파트 밀집지역에 신설된 본당.
류 신부는 곳곳에서 이주해온 아파트 단지의 신자들과 어떻게 공동체를 꾸려갈까 고민하다 ‘소공동체만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익명성이 특징인 아파트 밀집지역의 본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소공동체 운동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어 보였다.
부임 즉시 소공동체를 조직해 나가자 신자들 사이에서 레지오 마리애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거셌다. 하지만 류 신부는 “신심단체를 먼저 만들자는 얘기는 밥 해먹고 잠 잘 자리도 아직 없는데 정원에 나무와 꽃부터 심자는 것과 같다”면서 신자들이 소공동체에 매진하도록 설득했다.
현재 본당에는 12개 구역에 62개의 소공동체가 매주 모임을 갖고 있다. 예비신자 관리뿐만 아니라 본당의 모든 일에는 소공동체가 주축이 된다. 사목협의회만 해도 각 소공동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다. 미사전례도 소공동체가 돌아가면서 맡는다.
류 신부는 “예비신자가 본당 공동체의 가족들을 하나도 모른 채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마치 사막에 던져져서 생존체험을 하는 것과 같다”면서 소공동체를 통한 예비신자 관리방법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