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누워만 있게 되었지요. 신경이 마비되는 퇴행성이었습니다. 입으로 먹지도 못하고 침도 가래도 심지어 대소변도 시간마다 빼내줘야 했어요….”
지난 27일 밤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 낭독회가 열린 서울 잠원동성당. 마지막 낭독자인 박 마리아(31)씨가 희귀병의 아들을 키우다 세상을 떠나보낸 아픔과 그 아픔 속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사랑을 고백하며 울먹이자 성당 안은 점점 숙연해지고 신자들도 콧등을 훔치기 시작했다.
제대 앞에 나와 진솔하게 자신들의 고통과 그 고통을 극복하며 하느님과 만나는 신앙체험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낭독하는 신자나 그 편지 낭독을 듣는 신자 모두는 하느님께 향하는 기도로 한마음을 이루고 있었다.
잠원동본당(주임 양홍 신부)이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마련한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 낭독회에서는 초등부 92편 중고등부 18편 성인 65편의 응모작 중 대상을 차지한 박마리아씨의 ‘소중한 것을 드렸더니 더 소중한 것을 주셨습니다’를 비롯한 9편이 낭독됐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해인 수녀는 “삶의 기쁨과 슬픔 아픔 애절함을 담은 편지의 내용을 들으며 나 자신을 반성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하고 “수첩을 넣고 다니다 수시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권했다.
외교관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심사위원장 이동진씨는 “신춘문예 당선작을 내는 자리가 아니기에 문장보다도 내용이 하느님과 화해하고 은총을 느끼며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는지를 심사기준으로 삼았다”며 “나이 드신 이들의 정성어린 내용에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잠원동본당은 지난해 처음 시작한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 내용들을 묶어 책으로 발간한바 있다. 양홍 주임신부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우리들의 마음을 하느님께 드리기 위해 시작한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가 제주교구 사제 피정에서 묵상자료로 활용되는 등 퍼지고 있다”며 신자들을 격려했다.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