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 있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어우러져 있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우리 치매어르신들은 혼자 있는걸 아주 싫어하신다. 단 10분도 혼자 계시는걸 두려워해 곁에 누군가가 있어야만 마음을 놓으신다.
치매 어르신들의 가정환경을 보면 거의가 치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주로 혼자만 집안에 계시면서 외롭게 보내셨던 분들이다. 자녀들 뒷바라지에 여념 없이 살아오다 다 키워서 독립시켜 내보내거나 맞벌이하는 아들 또는 딸네 식구들을 뒤치다꺼리하며 늘 혼자 계시다가 어느 날 이상한 행동과 함께 자립행동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참 후에 가족들이 눈치채고 가족 갈등이 이어진다. 그런 저런 상황에 의해서 아마 우리치매 어르신들은 혼자가 가장 두려운 것으로 각인 되신 것 같다.
얼마전 울긋불긋 곱게 단장된 가을 산과 호수가 잘 어우러진 용인으로 가을나들이를 갔다. 모두 자연의 아름다움에 환호를 보내며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먼저 가던 일행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 연유인즉 치매와 함께 파킨슨병으로 혼자 거동을 못하는 할머니를 휠체어로 모시고 산책을 하던 형제 봉사자에게 갑자기 할머니가 “야~ 이 도둑놈들아~ 날 어디로 끌고 가서 버릴라꼬 그라나~” 라고 험한 말씀을 하시며 주먹질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경상도 특유의 억센 사투리로 꾸지람을 퍼부으니 치매에 대한 대략적인 상식을 터득하고 있던 봉사자였는데도 많이 당황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가까이 있던 수녀님이 달려가서 할머니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여쭤보니 저 남자들은 도둑들이고 자신을 어디론가 끌고 가서 버릴거라며 오히려 두려워 하시더라는 거였다. 치매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기억을 전혀 못하는 것이다. 방금 까지도 친절히 대해주는 봉사자에게 못내 고맙다고 하던 어르신이 분위기 좋은 산책 길에서 난데없이 주먹까지 휘두르며 험한 말씀까지 했으니….
이런저런 추억을 안고 집에 돌아오니 외출하시기엔 너무 체력이 허약해 집에 계셨던 할머니가 반색을 하며 반기셨다. “느네 어데갔다 왔노? 난 사람이 많은 게 좋데이~. 하루종일 사람이 없으니 외롭고 사람이 기립더라(그립더라).”
‘혼자 있음’ ‘버려짐’이라는 이 슬픈 단어가 더 이상 우리 연로한 어르신들을 위협하지 않을 날은 언제쯤일까? 우리모두 마음 모아 전능하신 주님께 “주님! 나이 들어 이 몸을 버리지 마옵시고 내 기운 다하였을 제 던져두지 마옵소서.”(시편 71:9)라고 기도하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