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점 앞에서 빵을 사달라고 보채는 아이. 그러나 엄마는 돈이 없다. 그래서 아이 손을 잡아채듯 끌고 간다. 엄마 마음에는 칼이 베고 지나간다.
비누와 세제가 떨어졌다. 하지만 지갑에는 달랑 1000원 지폐 한장밖에 없다. 초등학교 1학년 딸 얼굴을 물로만 씻기는 아빠는 속으로 운다.
이들은 오늘도 특별한 가게 로 향한다. 필요한 물품을 무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이상한 가게 . 바로 인천 중구 경동 229-10 희망을 여는 가게 (전담 이영애 수녀 프란치스코의 종 착한목자수녀회)다. 답동 인천교구청에서 도보로 2~3분 떨어진 곳. 소외된 이웃에게 무료로 희망을 듬뿍듬뿍 나눠주는 25평 현장을 찾았다.
양말례(바울라 76)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할머니 어떻게 오셨어요? 헐머니를 본 봉사자가 옆에 착 붙어서 친절히 안내한다. 마치 가족처럼. 월미도에서 버스를 타고 물어물어 찾아왔단다.
할머니 뭐가 필요하신데요. 필요한 것이야 많지. 이렇게 고마울 데가…. 가족이 없다. 혼자 산 지 이미 오래라고만 말하고 나선 입을 닫았다. 장보기가 시작됐다. 세제류에 가장 먼저 손이 간다. 장바구니에는 이내 세제 비누 냉동포장 반찬류 빵 등이 한 가득 담겼다. 그러길 20여분. 할머니가 몇번이나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양 손에는 한 가득 사랑이 들려 있었다.
인천교구 사회사목국(국장 이용권 신부) 사회복지회가 지난 6월 문을 연 희망을 여는 가게 는 수혜자가 직접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무상으로 가져가는 새로운 개념의 복지 프로그램. 국민기초 생활보장 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 거동 불편 노인 장기 실업자 등은 회원으로 등록한 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평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물품은 주식류(쌀 라면) 부식류(반찬 냉동식품) 의류 등.
희망을 여는 가게 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인근 안경점과 연계 무료로 안경을 맞춰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 지급 상담 활동 가정 방문 무료 진료 등도 앞으로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책임자 이영애 수녀가 가게로 들어섰다. 인근 대형 할인매장에 다녀오는 길. 그런데 표정이 어둡다.
후원자가 거의 없어서 참기름 식용유 간장 등을 모두 돈을 주고 구입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물건 값을 깎아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개장 초기에 기증받은 물품이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 대형 할인매장 등지에서 정기적으로 물품을 공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벌써 며칠째 대형 할인매장을 찾아가 호소하고 있지만 오늘도 헛걸음이다.
차도 절실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환자를 위해서는 직접 집에까지 물건을 배달해 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차가 없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물품을 기증할테니 와서 가져가라고 하는데도 차가 없어 가져오지 못했다.
36살 엄마는 백내장을 앓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시력이 떨어진 맏딸은 돈이 없어 안경을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막내 아들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에 있습니다. 이런 가정을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습니까.
이 수녀가 뭔가 기억난 듯 다리를 탁 치며 일어섰다. 한 가정을 방문하기로 한 약속을 깜빡했단다. 고3 여학생. 아버지는 2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지금까지 엄마와 함께 살아왔는데 그 엄마가 우울증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단다.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교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정작 합격을 해도 걱정이다. 등록금이 없기 때문이다.
이 수녀가 그 고3 여학생네 가정을 찾아가 전해 줄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진열대는 듬성듬섬 이가 빠져 있다. 이 수녀는 후원물품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을 기억해 냈다. 후원 문의 : 032-773-5454 사회복지회
우광호 기자 kwangh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