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의 치매 할머니들이 계시는 우리 성심의 집 하루는 늘 사람 사는 곳임을 실감시켜준다. 우리 집 할머니들의 평균연령은 대략 82세로 가장 큰 언니는 93세이고 막내언니가 64세이다.
하지만 나이와는 무관하게 할머니들의 증세와 상태는 24시간을 두고 차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식사하고 10분도 채 안돼서 선생님 밥 언제 줍니까 하고 처량하게 질문하는 할머니 밤새 한숨도 안 주무시고 온 집안을 줄기차게 배회하고는 아침에 할머니 밤새 안녕하셨어요 하고 여쭈면 천연덕스럽게 오냐 푹 잘 잤다 하며 제일 먼저 응답하는 모범생 할머니 집에 가야 하는데 길좀 가르쳐 주시우 하며 바쁘게 나오다가 방금 나온 문을 가리키며 네 할머니! 저 문으로 가세요 하고 알려드리면 아유 고마우셔라. 복받으시오 색시 하며 기꺼이 도로 들어가는 복된 할머니 하루에도 수십번 화장실 어디예요 여기가 어디유를 반복하는 복습에 뛰어난 할머니 화장실 찾는 사람에게 손수 화장실까지 인도하고 도와 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문제 앞에선 처리방법을 잊고 방안구석에 흥건히 실수를 곧잘 하는 천사표 할머니 저녁식사만 끝나면 시아버님 저녁 차려드리러 가야 해요. 집에 가야 해요 하면서 못내 신발만 찾는 87세의 효행 할머니 등등...
할머니들이 집으로 가셔야 하는 이유를 차례로 여쭤보면 대부분의 대답은 아이들(아들 딸들)의 밥을 챙겨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밤새 못 주무시고 걱정이 태산이셨던 이유를 알아보면 애가 아파서 아니면 밤새 길쌈해서 장에 내다 팔아야 하니까 또는 잔치 준비하느라 등등 살아오면서 퍽 마음을 쓰게 했던 삶의 자락들이 주르륵 끌려 나온다. 평생을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마음 편히 지낼 겨를이 없었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마음을 할머니들 대답으로 총망라해주시는 것 같다.
모든 삶이 다 마무리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할머니들의 마음엔 오직 자식 걱정 집안 어른들 걱정 살림살이 걱정 등으로 잠시도 편안하지가 않다. 잠시라도 할머니들의 마음에 평화를 드리고자 온갖 구실을 다 붙여서 안심시키려고 애쓰다 보면 거짓말만 늘어간다. 늘 같은 거짓말에도 의심의 여지없이 활짝 웃으시며 편안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 단순하신 할머니들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고 주님 앞에 앉으면 주님! 당신께서 명하신 사랑실천 때문에 오늘도 무수한 거짓말로 하루 해를 넘겼나이다 라는 엉뚱한(?) 넑두리가 먼저 나온다.
윤영수 수녀(성심의 집 원장 예수성심전교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