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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요안나의 영혼에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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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요안나의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이른 아침부터 헐레벌떡 서둘러 서초성당을 찾아갔건만 장례미사는 이미 끝나고 고별식 끄트머리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할머니의 마지막 뒷모습이라도 뵐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싶어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모으다가 화해탈의 얼굴 모습이시던 요안나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뵈니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이별’이란 낱말은 아직도 내겐 낯설고 면역성 없는 아픔의 감정인 것 같다. 20년 가까이 되는 수도생활을 하며 도(道)를 닦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성은 더욱 민감하게 앞서는걸 보면 도(道)를 거꾸로 닦고 있는 거 아닐까 하고 자성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분명 우리 ‘성심의 집’ 할머니들로부터 전염(?)된 감성일지도 모른다는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요안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성심의 집’의 가족으로 등록되어 자주 이곳에 와서 계셨었다. 유난히 소녀 같은 마음을 지닌 할머니는 처음 오셨을 때는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혼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극도로 내성적인 의기소침한 성격이었다. 이런 할머니의 상태를 두고 모두들 머리 모으고 고민을 하다가 어느 날 예쁜 짱구인형과 토순이인형을 사다 드리며 잘 돌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그것들을 마치 손주라도 되는 듯 소중히 여기며 어르고 쓰다듬고 하면서 애정을 쏟았다. 그래서 ‘짱구엄마’라는 별칭을 얻으셨다. 그러면서 차츰 할머니의 성격도 밝아지시고 잘 웃으시며 함께 어울리고 얘기도 먼저 청하시곤 하셨다.

우리는 그런 할머니의 변화를 대대적으로 환호하며 몹시 기뻐했다. 그리고 인간은 오직 사랑을 베풀고 나눌 때 비로소 활기 넘치는 사람의 본 모습을 되찾는다는 교훈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음에 더욱 뿌듯해 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가 얼마나 좋은지를 또한 감사드렸었다. 노인에게는 적당한 사랑을 쏟을 일거리를 드리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됨을 다시금 확인했던 체험도 되었다. 이런저런 할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겨우 눈물을 삼키고 유족과 인사 나눈 후 떠나시는 요안나할머니의 영구차를 뒤로하고 꽃시장에 들러 노란 봉오리가 가득 맺힌 국화 분을 잔뜩 사다가 집안 구석구석을 꾸몄다. 꽃송이가 만개할 즈음엔 꽃향기에 파묻혀 할머니와의 추억도 좀 옅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랑하올 할머니! 부디 님의 품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소서! 아멘. 윤영수(레지나 성심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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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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