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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검은 산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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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당 총무님 이시도로 형제가 만나자 마자 인사도 하기 전에 말을 꺼낸다.

“드디어 날짜가 결정되었대요. 오늘 노조에서 모이라고 해서 갔다 왔는데요 결국 10월 말에 문을 닫는대요” 그리고 그리곤 한참 있다가 묻지도 않은 말을 덧붙인다.

“우린 괜찮아요... 예상했는데요 뭐.”

결국 우리 동네에 마지막 남은 탄광 삼탄(옛 삼척탄좌)이 문을 닫는 다는 것이다. 40여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 건설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역할을 했던 석탄을 캐내면서 이곳의 땅은 검게 변하고 그 맑던 시내에는 검은 물이 흘렀다. 그러나 속으로의 눈물과 아픔 만큼 웃음과 기쁨과 초록빛 희망이 있었던 곳. 이 땅의 역사가 결국 이렇게 문을 닫는가. 가슴속으로 허망함이 밀려온다.

한때는 200여개가 넘는 탄광이 성업을 했지만 지금 남은 사람은 불과 5000여명 남짓에 불과하다. 검은 피곤에 잔뜩 지친 도시와 사람들은 탄광이 차라리 빨리 문을 닫고 뭔가 결정이 나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정난 것 은 탄광이 문을 닫는다 는 것 뿐 그 다음은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어디 가서 뭘 해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함 뿐이다. 막장인생이라 불리는 여기까지 밀려 왔는데… 이제 대부분 40 50대의 나이에 다른 곳으로 또 떠밀려 나가 다시 사람을 만나고 인사를 하며 새로운 이웃을 만드는 것도 쉽지 만은 아닌 일이고 생면 부지의 땅에서 어색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한편 책임감 없이 적자 를 내세워 문을 닫고 아무런 고용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삼탄 에 대한 원망은 어떻게 해도 가셔지질 않는다. 사람들 뿐만이랴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는 개울 시커먼 먼지를 잔득 안고 선 산들 혹시나 하는 지역 주민들의 진 규폐 우려… 이 수많은 문제들을 뒤로하고 대책없이 떠나는 탄광회사를 보면 원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새로 카지노가 들어섰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예상한대로 몇몇 사람들의 차지.

점점 더 낮고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옮기는 발걸음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발걸음 그러나 분명 그것이 절망이나 끝은 아니리라. 재산이나 명예는 없어도 이들 모두에겐 성실한 노동이 있었고 가슴아픈 추억과 눈물어린 삶이 있었다. 그것들은 이 곳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사람답게 해 주었던 보석들이다. 이제 그 보석을 가슴에 안고 초록빛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이들은 자신의 청춘을 바친 문 닫히는 검은 산 검은 굴 검은 추억을 뒤로 두고 떠나간다. 그 속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검은 영혼을 뒤로 두고 떠나간다. 그들에게 늘 하느님이 함께 하시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이우갑 신부 (원주교구 고한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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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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