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호되게 쓴 맛을 보면 그 다음엔 어떤 일도 담담해 지는 법이다.
우리 지역에 카지노가 들어서고 도박을 하러 몰려드는 행렬을 향해 우리 본당에서는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도박 중독자를 위한 상담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고 또 어떤 분들은 우리 성당에서 ‘단도박’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었다. 그러나 도박 중독자 상담실은 준비와 예산 때문에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단도박 모임 역시 쉽게 ‘모여라’ 소리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여러 차례 회의 끝에 우리 본당에서는 먼저 도박을 경고하는 큰 간판을 붙이고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강연회를 열자고 의견을 모았다.
없는 살림에 50만원을 넘게 들여 만든 간판 내용은 “도박은 당신과 당신 가정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였다. 경고 내용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가 들어섰으니 지역의 눈치를 안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어쨌든 많은 지역 주민들이 호응을 보내왔고 카지노에 왔던 사람들도 간판을 보고 전화를 걸거나 상담을 하러 찾아오기도 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대번에 효과를 보자 우쭐한 마음도 생겼었다.
다음은 강연회. 서울과 원주의 도박 중독 치료 전문가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려 초청을 했다. 그리곤 여럿이 달라붙어 포스터와 유인물을 만들고 신문 사이의 간지를 통해 인근 다른 도시에까지 열심히 홍보를 했다. 시장에 붙인 포스터만 해도 수백부에 이르고 일간지 사이에 끼워 나간 홍보물만 12000부다. 지역 유선방송을 통해서도 광고했다. 이 정도면 홍보는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성당이 너무 작아 사람들이 많이 오면 큰일인데”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다간 “아니야 기대를 너무 크게 가지면 실망도 크지 한 100명 정도만 오면 성공한 거야” 하고 욕심을 접으며 준비를 했다. 강연회 끝난 다음에 따로 상담을 할 장소도 준비하고 음료수도 준비하고….
토요일 저녁 7시 시간대도 적당했다. 6시 특전미사가 끝나고 오실 분들을 맞으러 성당 문 앞에 나가 서 있었다. 특전미사에 참례했던 분들은 ‘손님’이 많이 오시면 빠져주신다며 집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7시까지 한분이 오셨다. ‘에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많이 오실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리안 타임 때문에 문제야 문제.’ 그렇게 7시30분까지 기다리니 다행히도 한분 더 오셔서 전체 두분.
더 미룰 수는 없었고 취소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집에 가려던 십여분의 신자들은 다시 성당에 올라가 앉게 해 그렇게 강연회는 진행되었다. 강사 분들이 우리들을 애써 위로했다. “아이구 나도 숫자 중독에 대박 중독에 단단히 빠져있구나.”
다음부턴 무슨 행사를 해도 두명 이상만 오면 난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한명만 오면 어쩌지?
이우갑 신부 (원주교구 고한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