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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고한 극장? ... 그러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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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보셨어요? 저기 역 앞에요….” “역 앞에 뭐?”

“저기 역 앞에요 극장이 생기구요 천국의 아이들 상영한다고 간판이 붙었어요. 극장 이름이 고한극장 이래요.”

“어 그래! 야 진짜 잘된 일이다. 야 우리 동네에도 드디어 극장이 생기네…!”

탄광이 한창 번성할 때에는 지역 주민이 4만명에 가까웠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 떠나가고 이젠 겨우 5000명 남짓의 주민이 남은 폐광촌. 그때에도 없던 극장이 지금 생긴다니 아마 카지노에 도박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 생긴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더군다나 문화시설이라곤 그야말로 전무한 이곳에서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다고 하면서 한달에 한번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던 우리 본당으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좁은 강당에서 보는 영화. 액정으로 비춘 화면이라곤 하지만 기계는 10년이 다되어 화면은 뿌옇고 흐릿하고 액정과 나이가 같은 낡은 비디오는 째지는 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영화라도 모두들 반가워서 미사 때까지 장난치며 떠들던 아이들도 영화를 볼 때만큼은 오히려 진지하게 폼을 잡는다. 시네마 천국 그랑블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와호장룡 … 우리가 요즘 본 영화들이다.

그러나 한편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도 슬프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문화 라고 하는 단어의 한 본질은 분명히 공유 다. 공유된 사회현상 혹은 가치가 모아지고 다듬어져 문화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회의 문화란 공유될 때 문화이고 공유되어야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영화 한편 볼 수 없는 이 지역의 상황은 차라리 잔인하기까지 하다.

이런 안타깝고 잔인한 동네에 영화관이 생겼으니 그 얼마나 반갑겠는가? 아니 누군지 몰라도 영화관 세운 사람이 눈물나게 고맙기까지 하다.

“야 우리 극장 구경 한번 하러 가자. 아직 영화는 시작하지 않았겠지?” 우루루 몰려 부리나케 고한극장 까지 달려갔다. 멀리서도 보이는 커다란 간판 천국의 아이들 .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그리곤 가까이 가보니 매표소 밑에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K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 세트입니다. 손대지 마세요.”
그러면 그렇지. 실망한 얼굴로 괜히 미안해 뒤를 돌아보니 나만 그렇고 모두들 별 실망이 없는 표정이다. 하긴 천국의 아이들 을 영화관에 가서 볼 필요는 없지. 여기 우리 동네 우리 성당에 살아있는 천국의 아이들 이 가득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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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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