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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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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땐 우리 동네 탄광촌을 그리라고 하면 시커먼 시냇물이 흘러가는 개울을 그렸었는데요 지금은 아이들에게 우리 동네를 그리라고 하면 전당포가 늘어선 거리를 그릴 것 같아요.”

지난 봄에 대학을 입학해 고한을 떠났다가 방학을 해서 이곳 고한에 다시 돌아 온 한 학생의 귀향 소감이다.

작년 10월 내국인이 출입 가능한 카지노가 생긴 이후 고한지역엔 가장 먼저 전당포가 몰려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인구 4000명이 조금 넘는 이 지역에 한창 많을 때에는 75개의 전당포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렸다. 길가엔 노름빚으로 저당 잡힌 자동차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밤 거리는 전당포와 술집들의 간판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탄광촌에서 폐광촌으로 폐광촌에서 다시 도박촌으로 바뀐 풍경이다.

요즘 가난한 이들이 살던 슬레이트 집들의 지붕은 다 뜯겨나가고 도로가 개설되고 웅장한 새 카지노 건설이 한창이다. 그 뜯겨진 집들에 살던 이들은 어디로 내어 몰려 쫓겨갔을까? 도시 변두리의 움막집으로 지하 전셋방으로 전전하며 불안 속에 끝없이 쫓겨다니는 이들. 막장인생이라 불리며 이 탄광촌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 이 동네에서도 쫓겨나가야만 한다.

이곳 탄광촌의 검은 개울이 차라리 우리 나라 산업화의 상징이며 동시에 눈물과 고통의 시냇물이었다면 이제 휘황한 전당포 간판들은 검은 석탄으로 애써 이룬 우리 나라의 경제가 얼마만큼 삐뚤어지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성실한 노동보다는 ‘한탕’과 ‘대박’을 기대하는 우리 사회 모습 그리고 그 ‘대박’에 대한 기대를 공적으로 인정하며 부추기는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도박장. 도박장이 들어선 이후 가난한 사람들이 내어 쫓기고 그 집이 철거당하는 모습. 그들을 내모는 대신 널찍한 도로와 번듯한 건물을 세우며 그것이 지역 개발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들.

아직 채 문닫지 않은 탄광의 검은 산들 밑에 우후죽순으로 솟아나는 전당포와 술집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선 카지노를 보며 언뜻 소돔과 고모라가 떠오른다. 갑자기 몸서리가 쳐진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우리는….

이우갑 신부(원주교구 고한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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