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하는 것은 좋은데 자기들끼리만 폐쇄적인 집단을 형성한다는 오해를 받지는 않는가? 이것은 얼마 전 우리 지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배려를 해주시는 어느 본당의 신부님이 평화의 집을 방문하셔서 던지신 질문이다.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무엇인가를 할 때 우리를 걱정해 주시는 많은 분들이 애정 어린 염려에서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신다. 그래서 얼떨결에 나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산동네는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 시작한 곳입니다. 밥 한 그릇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어느 집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훤하게 아는 처지이니 일반 도시 사람들이 볼 때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쳐있는 집단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사실 그들에게는 이웃이 곧 사회보장이고 긴급구호대책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급할 때 서로 돕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타인을 배척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한 문화 형성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이제 겨우 6년째 이곳에서 생활하는 내가 정확한 진단을 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 일반이 갖는 그런 정서가 이곳에서도 적용이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한 말이다. 그러나 내게도 분명히 할 수 있는 말은 있다. “폐쇄적인 집단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동체 형성에는 누구보다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큰 자본과 기술이 없는 사람들 힘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서로 힘을 합쳐 최선을 다 한 후에 하늘의 도움을 받는 길뿐이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은 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지혜이며 전략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는 세 명에서 다섯 명 정도의 숫자로 하나의 일터를 형성하여 생업을 일구어나가는 노력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어느 공동체는 꽤 안정적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생업을 위해 함께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여가도 즐기며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누고 함께 기도도 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협동공동체 방식은 당사자들의 노력과 함께 기술향상 시장 확보 등을 연결하는 선의의 이웃들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함께 힘을 합쳐 이루어가는 공동체 방식의 삶은 관련된 모든 이들에 의해서 함께 하늘나라를 일구어 가게 될 것으로 믿는다.
▲다음 필자는 원주교구 고한본당 주임 이우갑 신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