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의류재활용사업은 몇몇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나 자신을 비롯해서 이 사업 관련자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기회를 주고 있다.
우선은 매우 깨끗한 상태로 의류와 생활용품들을 내어놓는 사람들에게 대한 감사의 마음을 들 수 있다. 비록 새 옷은 아니지만 정갈하게 손질되어 도착한 옷들을 보면서 그 주인의 취향과 애정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꽤나 주인의 사랑을 받았음직한 손때 묻은 가방과 구두 장식품 등의 생활소품들을 대하면서 그 것을 내어놓기까지 갈등도 있었을 것 같다. 손때묻은 그러나 작동이 잘 되는 전기밥통은 항상 인기품목이다. 갖가지의 기증품들을 보면서 나 역시 우리 집 구석구석에서 사용되지도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에게 어서 새 주인을 찾아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은 함께 일하는 이들과 유행이 지난 옷들을 재 디자인하는 재미다. 유행이 지나면서 지금은 도저히 입기 어려운 온갖 모양의 옷들이 많다. 그런 옷 중에서 옷감이 좋거나 천이 아름다운 것들을 골라서 재 디자인하는 것이다. 아직은 솜씨들이 서툴러서 특별한 디자인은 못하지만 요란한 옷깃을 떼어내고 단순하게 목선만을 남긴다든가 소매부리를 잘라내고 간편한 칠부 소매로 만드는 정도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소박맞을 운명의 옷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모두에게 기쁨과 보람을 선물하고 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이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미싱 앞에 앉아 본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이 이제는 재디자인을 꿈꾸며 기술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이렇게 기증된 헌 의류나 생활소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우리 지역에는 산동네가 재개발되면서 대규모의 아파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따라서 많은 노동자들이 평화의 집 매장에 들러서 필요한 옷가지와 물건들을 고른다. 평소에 장만하고 싶었던 운동기구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아저씨의 모습은 마치 어린 소년이 생일선물로 갖고싶던 로보캅을 선물로 받고 흐뭇해 하는 표정과 너무도 닮았다.
우리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놀라는 점이 또 하나 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다. 저소득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의 차원이므로 공짜로 줄 수는 없으나 넉넉하게 들어오는 귀한 물건들과 기증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면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가 서로 크게 얻었다고 여기는 것도 우리가 받고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서정숙 젤투르다
(삼양동 선교본당 부설 강북평화의 집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