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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잔인한 평화가 교차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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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여기는 잔잔하지만 잔인한 평화가 교차되는 곳이다. 어린이들이 아주 일찍부터 이별하는 연습을 하는 곳 세상에 태어나 두려움과 불안의 시간을 반복해 체험하며 기다림이 얼마나 지루하고 긴 것인지를 피부 깊숙하게 느끼는 곳 이곳은 바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마련된 기관 어린이집이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헤어지기 싫어서 목젖이 붓도록 우는 아이를 보면 더욱 그렇다. 표정이 굳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해야만 하는 심정을 이해하다가도 아이가 자지러질 때면 저렇게 괴로워하는데 그토록 직장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게 한다.
가능한 한 아이 가슴의 우물이 덮어지도록 꼭 안아주면서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는 하루! 3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의 이름을 거의 알고 있으면 현관으로 들어올 때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눈에는 아직도 잠이 가득한 채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면 흐느낌을 멈추고 환하게 웃는 우리의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재미있게 지내거라!’ 하면 ‘네∼’ 하는 아이들…. 여기 있는 동안 엄마가 보고 싶어서 눈에서 물이 나오지 않게 하고 싶은데…. 교사들은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맞이한다.
물론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더 갖기 위해 부모님들이 데리러 올 때 더 놀겠다고 떼쓰는 아이도 더러 보인다.

어린이집의 아침을 열어보면 맑은 물소리 같은 청아함으로 시작했다가 폭포로 들썩이는 듯하다. 한두명의 아이들이 7시30분부터 문을 여는 순간에 들어오는가 하면 10시가 넘어서 헐레벌떡 엄마의 손에 끌려와 아이는 혼자 남겨지고 황급히 나가버리는 엄마가 있다. 우는 아이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아이 한마디도 없이 창문을 보고 있는 아이 장난감을 손으로 만지기는 하지만 눈망울이 젖어오는 아이 뒹굴고 소리쳐 목놓아 우는 아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탱탱 볼처럼 즐겁게 노는 아이들….
참으로 다양한 하루가 시작되면 교사들은 아이 하나하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달래보다가 사탕으로 유혹도 해보는 등 적응시켜 보려는 갖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다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거의 교사와 친숙해지면서 어떻게 해야만 교사가 기뻐하는지 자신이 덜 괴로운지를 알고 행동한다.

이러한 아이들을 보면서 ‘길들여진다는 것과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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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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