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의 다 큰 아들 때문에 고민하던 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오래 전부터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아들이 아직도 계속 약물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래 전부터라니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10년이 넘어가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그 동안 아들을 위해 안 찾아간 곳이 없고 알아보지 않은 것이 없단다. 아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해주었다.
그러나 그런 지금의 어머니는 정신과 약이 없으면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약을 먹지 않으면 가슴이 떨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고 잠을 이룰 수가 없는 상태다.
약물(알코올) 문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 병이 되어가고 있다. 약물 의존자는 가족에게 의존하고 가족은 그런 의존자를 살릴 수만 있다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서서히 그에게 의존해 간다. 약물에 의존해 허우적거리는 의존자가 가족을 못살게 굴어 결국 가족 모두가 서서히 마음의 병 정신의 병 나아가 신체적인 병까지 들어간다. 이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가족 병’이 상당히 깊이 든 상태다. 어찌할 것인가.
나를 찾아온 가냘픈 그 어머니에게 보통 사제로서는 감히 입에 담기 어려운 모진 말을 하고 말았다. “아들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것부터 하셔야겠습니다. 우선 어머니가 건강하게 사셔야지요. 아들은 나중에 생각합시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환자와 가족을 분리하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라고 전문가들도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청년 어머니의 뒷모습은 세상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무겁게만 보였다.
얼마 후 그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도저히 불안하고 떨려 그냥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어디론가 그냥 뛰쳐나갈 것만 같아서 전화를 걸었노라고. 그 후 다시 만나 상담을 했다. 이번에는 어머니 자신이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섰는지 아주 적극적으로 상담과 약물 관련 자녀를 둔 가족모임에 참여했다.
가족모임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서 아주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는 동시에 약물문제가 있는 다른 가족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는 모임이다. 몇달 동안 가족모임을 하면서 창백하던 어머니는 얼굴색이 돌아왔고 그 모임을 이끌어 갈만큼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