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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그대! 가스통은 왜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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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녀석이 선생님으로부터 뭔가 꾸지람을 듣는 듯하더니 이내 후닥닥 집 밖으로 뛰어 나갔다. 평소 때처럼 또 열을 좀 받았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매우 사소한 일에도 열을 아주 잘 받는 것이 약물남용 청소년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일종의 증세 즉 후유증이라서 말이다.
그때 마침 자원봉사자 한 분이 들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오던 길에 아이와 마주쳤는데 부탄 가스통을 들고서는 등 뒤로 감추고 인사도 없이 골목으로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한시간여 만에 다행히 녀석이 나타났다.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좀 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꾸지람에 아직 분이 가시지 않은 듯 도리어 언성을 높여 대거리를 해온다. 이때부터 무려 30분 이상을 마주앉아 고함을 지르며 녀석의 분노 표출을 도와(?)주었다. 한참 후에 녀석은 지쳤는지 그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때 아이들을 들여보냈다. 우르르 들어가더니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이내 녀석이 진정이 되었다.

이 녀석은 늘 불덩이(화)를 가슴에 가득 안고 산다. 그리고 가끔씩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전에도 꿈속에서 아버지가 엄마를 칼로 죽이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공포의 아버지 증오스러운 아버지 이것이 녀석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 상이다.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 녀석은 현재 자신의 마음이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곳에서 그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녀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버지는 심한 알코올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 가정내 불화와 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었으며 끝내 가정이 깨져버렸고 녀석은 가족으로부터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았던 것이다. 유아기 아동기를 불화와 폭력적 가정에서 성장하고 끝내는 10대 초반에 가정이란 온실이 없어진 그에게 본드 가스 술 기타 약물과 그런 또래 친구들은 차라리 위로 그 자체였다.

이 청년(올해 그의 나이 20세)의 마음의 상처와 그 깊이를 어느 누가 가늠해볼 수 있겠으며 어떻게 그 상처를 어루만질 것인가? 부모로부터 받고 배워야 할 정서와 기타 여러 가지를 거의 모르고 성장한 20세의 청년이 7~8세의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징그럽게 스킨십을 해오며 봉사자 자매님에게 “엄마”하고 부르는 것은 성장이 멈춘 당시의 삶을 지금 이곳 ‘새 샘터 치유공동체’(집단 가정공동체)에서 살아내기 시작하는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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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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