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로 하여금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죽은 마지막 태아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를 용서하소서.”
지난해 12월28일 서울 화양동본당(주임 윤성호 신부)에서는 낙태된 어린이들을 위한 십자가의 길 기도가 울려 퍼졌다. 세밑의 술렁이는 거리 풍경과 달리 성당 안은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
‘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축일’인 이날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 신자들은 부모의 이기심으로 인해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태아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속죄했다. 주송자가 기도중에 “어머니의 뱃속에서 산산조각이 날 것입니다”라고 읊자 신자들은 태아의 아픔이 가슴속 깊이 느껴지는 듯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십자가의 길에 이어 봉헌된 ‘낙태된 어린이들을 위한 미사’에서 이문호 보좌신부는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 베들레헴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당한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사회의 죄악을 짊어진 순교였다”며 “지금도 계속되는 낙태를 막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를 몰아내고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 후 신자들은 촛불을 들고 성당마당 앞 성모상을 향해 걸으면서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죽은 아이들의 영혼의 안식을 기원했다. 신자들은 성모상 앞에 촛불을 바치면서 어두운 이 사회를 밝히는 빛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낙태 경험을 갖고 있는 한 신자는 “오늘 미사를 통해 그동안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낸 것 같다”며 “죄를 회개하는 의미에서 교회의 생명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성호 주임신부는 “낙태로 인해 큰 상처와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이 미사를 마련했다”면서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나가려면 그리스도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