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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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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신부님.” “저 그-읍-해요. 지금 OO병원에 조-옹-부 났어요.”
입 모양을 보고 부랴부랴 병자성사가방을 챙겼습니다. 황급히 뛰어나온 저를 붙들고 반장님은 한마디 하였습니다.
“저 환자가 아직 신자가 아닌데요.”
세례준비물도 챙겼습니다. 중환자실을 들어서는 순간 산소호흡기와 여기저기 꽂혀있는 링거주사기가 가슴을 옥죄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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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세-례….”
풀린 눈과 들릴 듯 말 듯한 소리였습니다. 세례를 마치고 병자성사는 뒤로한 채 중환자 실을 빠져 나오는데 보호자 한 분이 따라왔습니다.
“정말 불쌍한 동생입니다. 젊은 날 남편에게 버림받고 오로지 자식인 남매만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그만….” 흐느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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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남편이 천주교 신자였기에 예비신자 교리도 상당하게 받았건만 세례를 받기 전 그만 남편의 배신으로 천주교 신앙도 보류했던 분이었습니다. 암 말기에 이르도록 고통도 숨긴 채 자식의 학비 걱정만 하였던 자매라 하였습니다. 그녀가 이제 죽음 앞에 신앙을 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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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한번만 더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다음 날 아침 언니 되시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병자성사를 위해 다시 방문하리라고 약속을 하였던지라 가방을 챙겨 들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얼굴 신음이 대부분이었지만 고해성사도 보았습니다. 성체를 모셔주기로 결심하고 물을 담은 수저에 성체를 얹어드렸건만 자매는 물도 성체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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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물흐물해진 성체의 일부만을 혀에서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성체를 영하였습니다. 자매는 더 고통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채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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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이 되었습니다. 성가대의 장대한 찬송으로 참석자들은 모두가 즐거운 얼굴들이었습니다. 그 얼굴들이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놀라운 소식이 전달되었습니다. 유언으로 기증한 오르간 소리와 성가대의 찬송에 맞춰 자매는 주님 품으로 가셨다 합니다. 평안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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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그곳에서는 평안하시지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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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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