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회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치익. “말씀드리는 순간 8번 가마XX 선수 잘 받아 차고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위깁니다. 센터링 헤딩 슛 아! 골인. 골인입니다.” 치익. “...유창O 9단 우변에 호구에 단수를 쳤군요. 예상치 못한 수인지 중국의 창하X 8단 당혹스런 빛이 역력하군요. 다음수가 기대되는군요.” 치익. 치익. 치익.
잠시 짬이 나자 리모컨의 채널을 돌려댑니다. 그러다가 볼 만한 프로그램 하나를 골라냅니다. ‘동물의 왕국’이 시작되었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삐이익.’
“신부님 알로꾸시오 시간인데요.”
눈길은 시계와 TV를 오가며 머리를 긁적거립니다.
“예 곧 가겠습니다.”
무르익어 가는 동물의 세계가 어떻게 진행이 될 지 입맛이 쩝쩝거려집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수단을 걸쳐 입고 회의실로 향해 뜀박질을 합니다.

‘똑똑.’
노크를 하고 회의실을 문을 여는 순간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마치 회의의 절정은 이 순간이라는 태도입니다. 회중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자매 손자를 돌보아주는 자매도 나와 있었습니다. 그뿐입니까? 남편이 병원에 입원중이신 분 다른 모임이 있지만 뿌리치고 오신 분 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알로꾸시오를 시작했지만 말은 앞뒤가 맞지않아 버벅대기 시작했습니다. 1분의 순간이 지옥의 체험이었습니다.

“휴-.”
회의실 문을 등지자 한숨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식은 땀으로 한기를 느꼈습니다. 축 늘어진 어깨 숙인 고개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단을 벗어놓고 세면대 앞으로 가 땀을 훔치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족을 위해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분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맞벌이를 하는 자식 부부를 위해 구부러진 허리로 손자를 등에 업고 집 앞을 이리저리 거닐던 그분의 얼굴도 다가옵니다. 언제나 바삐 이리저리 다니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자매도 생각납니다. 며칠 전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형제 한분이 그만 밤길 사고로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신음하던 장면도 다시 떠올립니다. 다시 한숨입니다.
“...this is a high technology which no one ex
ected. Tokyo. CNN.”
화들짝 놀랐습니다. 어느새 TV가 켜있고 아나운서는 잠시 틈도 주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만치에 TV 리모컨이 박살이 났습니다.

--------------------------------------------------------------------------------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12-1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5

요한 6장 57절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