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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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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외로우시겠어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주저앉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왜요?”
“어떻게 그렇게 혼자 살 생각을 하셨어요?”
“그야 뭐.”
말꼬리를 흐리며 상대방의 의도를 전광석화처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땀을 훔치며 빤히 쳐다보는 자매의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있었습니다.
“왜요 그게 그렇게 궁금하세요?”
반응이 있자 자매님은 이때다 싶어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전 말입니다. 남편이 잠시 출장을 가도 옆구리가 시린데 신부님은 안그러세요?”
힐끔 눈치를 살피며 상대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말을 덧붙였습니다.
“신부님 교리적인 설명 말고요.”
여성이 아홉 남성이 일곱 회중의 눈길이 빨아들이듯 두 사람에게 쏠렸습니다.
평소에도 질문이 많아서 회중을 독차지하던 그녀인지라 눈총을 살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진지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싫어할 수 없는 묘한 호감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자매님은 평소 남편과 옆구리를 붙이고 주무시나보죠? 전 몰랐어요.”
회중의 폭소가 가을 하늘 아래 골짜기를 향해 터졌습니다.
공격의 예봉을 꺾자 분위기는 이제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외롭지요. 그건 물어보나 마나예요.”
기다렸던 대답이 나오자 그녀의 눈빛이 빛났습니다.
“그럼 외로울 때 무얼 하시죠?” 벌써 예상 답안을 그려보는 눈치입니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전 오늘을 생각할 것입니다. 자매님의 질문도 빼놓지 않고요. 거기에다가 상상도 할 것입니다. 10년 후 오늘 이 자리의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가 하구요. 그러면 외롭지 않지요.”
선문답 같은 대답을 듣고 자매님의 질문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회중도 그러했는지 이내 화제가 다른 곳으로 돌아섰습니다. 어느덧 땀도 식었습니다.
“자 이제 또 올라갈까요? 오늘 교리는 여기까지입니다.”
10여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 자매님은 세례를 받으시고 모 본당에서 중추적인 봉사자로 일하신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참으로 행복한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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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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