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성모성지
우리나라 신자들의 성모 신심은 각별하다. 살면서 견디기 힘든 난관에 부닥치게 되면 근엄한 아버지보다는 늘 따스한 엄마의 품에 먼저 안기고 싶은 심정이랄까. 세상사 하염없는 넋두리를 끝까지 들어주고 지친 영혼을 포근히 감싸줄 것 같은 성모 마리아는 신자들에게 둘도 없는 안식처다.
그런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지가 우리나라에 딱 한 곳 있으니 바로 경기도 화성군의 남양성모성지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무명의 신앙 선조들이 순교한 이곳은 91년 10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됨으로써 한국교회 사상 처음으로 성모 마리아 순례지로 선포됐다.
이는 루르드나 파티마만을 성모성지로 알고 있는 신자들이 성모 순례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됨은 물론 특별히 성모에게 봉헌된 성지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고픈 신자들의 소망이 이뤄진 것을 뜻한다.
현재 성모성지로 지정된 곳은 전세계적으로 1700여 군데.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인도에 각각 여섯 곳 일본와 인도네시아에 각각 두 곳이 있다.
남양은 지리적으로 서해안의 군사요충지로 중국과의 연락이 용이하기 때문에 조선시대 많은 교인들이 찾아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인근에 많은 교우촌들이 형성돼 있어서 당시 옹기를 구워 팔던 백학 교우촌에서는 지금도 가마터와 그릇 조각들이 발견되곤 한다.
남양에서 버스를 내리면 길 건너편에 ‘로사리오교’라는 자그마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서있는 순교남양성지 맷돌 비석을 지나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성모님의 따스한 품을 연상케 하는 성지에 들어서게 된다. 성지의 양편과 뒤쪽으로 구릉처럼 나지막한 동산들이 성지를 감싸안 듯 둘러싸고 있어 아늑하기 그지없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언덕에 올라서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바로 ‘로사리오 성모님의 동산’. 원형으로 펼쳐진 동산 전체가 하나의 묵주로 꾸며진 이곳은 빼어난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대형 십자고상과 성모상을 비롯해 어른 둘이 팔을 벌려야 겨우 안을 수 있는 50여 개의 돌로 만들어진 대형 묵주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돌 묵주알을 따라 동산을 한바퀴 돌면서 바치는 묵주의 기도는 기도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묵주의 기도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성지 한 켠에 마련된 성체조배실을 찾아 침묵 중에 하느님을 만나는 것도 좋은 듯 싶다. 미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에 봉헌된다. 문의:(031) 357-5828
▨제부도와 궁평리 해수욕장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라 하여 바닷물이 열리는 곳이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앞바다와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 하섬 등 모두 5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매일 썰물 때면 어김없이 갈라지며 가장 잦은 모세의 기적 을 드러내는 곳이 바로 남양성모성지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제부도 앞바다다.
화성군 서신면 송교리와 제부도를 잇는 2.3㎞ 구간은 썰물에 물길이 드러나 밀물로 다시 덮힐 때까지 6시간 동안 바닷길이 열리는데 그 시각은 날마다 조금씩 다르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은 이 시각을 잘 맞춰야 한다. 물때 문의:(031) 370-7246
이곳은 80년대만 해도 제부도 사람들이 허벅지까지 빠져가며 육지로 건너는 개펄이었지만 10여년 전 시멘트 포장을 해 이제는 버스가 지나다니는 ‘바다 속의 찻길’이 되었다.
제부도에 건너가면 작은 섬 답지않게 볼거리가 많다. 다리 건너 왼편으로는 매바위와 함께 조개껍질 섞인 모래밭으로 이뤄진 2.5㎞ 길이의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갯벌은 호미로 바지락을 캐는 사람으로 식당은 번개탄에 조개와 새우를 구워먹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바다의 향취가 곳곳에 배어있는 바닷가에는 왕새우구이 바지락 칼국수 생선회 식당들이 늘어서 여행객들의 입맛을 당긴다. 하지만 음식값이 다소 비싼 게 흠.
제부도 인근에는 화성 8경 중 하나인 궁평리 해수욕장이 있다. 드넓은 백사장과 100년 된 소나무 5000여 그루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하는 궁평리는 서해안에서 보기드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특히 이정표에 ‘궁평 낙조(落照)’라고 표기되어있을 만큼 이곳의 해질녘 풍경은 매우 인상적이다.【남정률 기자】
- 가는 길
남양성모성지를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서울에서 성산대교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30분 남짓 달리다 보면 매송매표소와 바로 이어 비봉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또는 수원역 앞에서 오산방향으로 직진해 지하차도 안에서 우회전하면 오목천 삼거리를 지나 비봉 인터체인지 입구에 도달하게 된다.
거기서 제부도 방면 306번 국도로 10㎞ 정도 가면 남양면이 나오고 남양농협 맞은편이 바로 남양성지 입구다. 같은 국도로 18㎞ 더 가면 제부도 입구에 도착한다. 궁평리 해수욕장은 제부도 입구 못미쳐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5분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수원역에서 좌석버스 490 999번을 타면 1시간 남짓 걸려 남양성모성지를 지나 제부도 입구인 서신면에 도착한다. 서신면에서는 제부도행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교통체증이 매우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