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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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지에서 온 편지 세상보기] 앙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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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희망 앙골라!

아프리카에서의 첫 아름다운 경험은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 근교에 있는 카쿠아코에서 어린 천사들과의 짧은 1년간의 생활이었다. 이곳은 주민의 80~90가 내륙지방으로부터 몰려온 피란민들로 이루어진 해변가 작은 마을이다. 카코아코에서 우리 공동체는 유치원 초등학교 젊은이들을 위한 직업학교(컴퓨터 타자 영어 재단과 재봉) 그리고 문자교육을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교육의 혜택을 주고 있다. 작년에는 평화를 위해 교육한 우수 공동체로 선정이 되어 세계 유네스코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

세 살부터 여섯 살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급식소 겸 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의 만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나의 첫 친구 아이들은 어찌나 더러웠던지 솔직히 처음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누런 코를 길게 흘리며 수녀님 손을 잡아 보겠노라며 서로 싸우던 어린 친구들… 점심시간이면 자기 음식을 서둘러 먹은 후 자기보다 약한 친구들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려는 아이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들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가슴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어올라 나도 모르게 아이를 때렸다가 아이들을 붙들고 서럽게 울어버리고 말았다.

가난한 친구들은 점심에 나오는 생선 한 토막을 몰래 집에 갖고 가서 먹으려다 들키면 울먹이곤 했다.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배가 고픈 아이들은 나무의 종류에 상관없이 열매를 따먹고 씨까지도 돌로 깨어 그 속에 들어있는 하얀 속살까지도 먹는다.

이런 어린 천사들은 날이 갈수록 정다운 나의 친구들이 되어주었으며 어디서든 나를 보면 두 손을 활짝 펴들고 달려와선 품에 안기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수업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이 더럽든 말든 운동장에 고인 물 속에 들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놀곤 하던 어린 친구들은 내가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있을 때 꿈속에까지 찾아왔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생선을 씻는 확에서 자기도 하고 어느 처마 밑이든 머리를 누울 곳이면 그곳이 그들의 잠자리가 된다. 먹을 것을 청하러 오는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서 갖은 거짓말을 하는데 선교사 초년시절엔 우선 그들에게 연민의 마음이 앞서 속기가 일쑤지만 그들의 처절한 모습은 정말 가슴 아프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라리아 장티푸스 폐결핵 등으로 죽는 걸 보면서 나는 내 안에 생명경시 풍조 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느낄 정도였다.

이곳 풍습은 어느 집에 누군가가 죽으면 그 마을 사람들 모두가 죽은 이의 장례에 참여하는데 보통 8일이 걸린다. 신자들은 교회에 오는 것도 뒤로하고 아이들은 학교도 교리반에도 오지 않는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재앙이 닥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여섯 일곱 살쯤 되면 부족한 물을 긷거나 길거리에서 야채 등을 파는데 그 나이 또래의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교하면 아주 성숙하다.

이런 천사같은 아이들과의 생활도 뒤로 한 채 작년 3월부터는 세 분 수녀님(앙골라인 이태리인 모잠비크인)과 함께 루안다에서 550km 떨어진 뱅겔라 라는 곳에서 셋집을 얻어 살고 있다.

1년 중 2개월만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고 나머지는 뜨거운 햇볕으로 구워대는 벵겔라…. 이곳에 도착한 순간을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 나오는데 눈에 보이는 주위 환경은 온 천지가 황토색뿐 다른 색깔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산도 집도 거리도 모두 흙색…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사막에서 내가 살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물도 귀하고 전기도 없이 우리들의 생활은 시작됐다.

마을에는 본당이 하나 있는데 우리는 살레시오회 신부님들과 함께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달하고자 여기저기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가 오라토리오(이동 주일학교) 교리 학교 등에서 어린이 젊은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을 본 주민들은 처음에는 “애들 망친다”고 욕했지만 지금은 많이 이해하고 또 협조해 주고 있다.

사방이 열려진 공동 화장실처럼 더러운 환경 때문에 말라리아 땅 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이곳에서 우리는 장난이라도 하듯 돌아가면서 부지런히(?) 말라리아에 걸려 쓰러졌다. 나는 작년에 류머티즘 증상까지 오는 말라리아에 걸려 많이 울기도 했다.

이 지역엔 5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많은 여인들이 아이를 업고 온종일 땔감을 주워 팔기 위해 풀 한 포기 없는 이 산 저 산을 찾아다니거나 시장에서 생선이나 가지 고구마 등을 파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남자들은 바닷가에 나가서 고기를 잡지만 매일 “수녀님 배고파요”라는 힘없는 인사말을 듣는다. 눈을 뜨면 총소리와 미그 전투기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하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 큰 도시에서 노상 강도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아 더욱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우리 선교사들이 앙골라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데 부딪치는 어려움이 크게 세가지가 있다. 미신과 일부다처제 알코올 중독이 그것이다. 복음이 들어온 지 500년이 넘었는데도 신앙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나라 하느님의 자리엔 버젓이 미신이 자리하고 있어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어린아이를 죽이면 빵이 잘 팔린다고 하는가 하면 머리가 작은 사람은 악마에 씌었다고 하여 자살하는 일도 속출한다. 전쟁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다보니 당연히 남자는 부족하고 여자가 많아 책임없는 일부다처제가 성행하고 있어서 가정파탄 뿐만 아니라 방치된 어린이들로 인한 사회문제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우리들의 꿈나무들인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교육문제에 온 힘을 기울이며 살고 있으며 올해는 학교를 짓기 위해 정부로부터 땅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건물공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흙으로 지은 지붕없는 공소를 빌려서 7세에서 25세까지의 젊은이들이 책걸상도 없이 맨땅에 앉아 수업을 받는다. 땅바닥이 의자요 무릎이 책상이다. 지붕이 없기 때문에 비가 오면 그나마 하던 수업도 중단해야 한다. 이밖에도 바느질과 수예 1600여명의 어린이들의 교리반 70여명의 본당 소속 젊은이들을 위한 교리교사교육 부모교육 위생교육 인성교육을 통해서 하느님을 전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부로부터 땅을 얻었지만 건물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물가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건축 재료들을 그 나라에서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배고픔과 그곳의 풍토병인 말라리아 영양결핍으로 인한 폐결핵 장티푸스에 걸리거나 전갈에 물려서 죽어가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란 말이 있듯이 교육을 시키다 보니 우선적으로 주린 배를 채워주지 않고서는 교육이 어렵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낀다. 많은 어린이들이 사막지대에서 야생하는 선인장 열매를 따먹으며 주린 배를 달래고 심지어는 흙을 파먹는 실정이니 그 배고픔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우선적으로 아침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급식소를 겸한 유치원과 초등학?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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