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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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절반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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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촤악.

김복희(47·가타리나·서울 용산본당)씨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머리맡의 초에 불을 붙였다. 방이 환하게 밝았다. 새벽 5시. 김씨는 작은 십자가가 놓인 상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았다.

지난 수년간 한번도 거르지 않은 습관이다. 김씨는 기도하지 않으면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김씨에게 기도는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하느님 저의 교만을 없애 주시고 소외된 이웃들과 아픔을 나눌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올해 초부터 본당에서 사회사목위원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김씨의 기도는 사회사목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다.
30여분이 흘렀을까. 자리를 털고 일어선 김씨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족의 식사준비를 하는 것은 물론 빨리 성당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루 중 오전 시간은 온전히 교회 일을 하는데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시간이 많은 한가한(?) 사람은 아니다. 강남에서 의료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업가다.
자신의 일을 다한 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하느님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평신도라면 누구나 하느님을 위한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하루의 일부분을 하느님의 일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죠.

김씨는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성체조배실로 들어갔다. 성당에 오면 성체조배를 하는 것도 김씨의 좋은 습관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성체조배는 하느님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도입니다. 성체조배는 평신도가 평신도답게 살아가는 길을 하느님께 여쭙고 찾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성체조배를 마친 김씨는 용산성당 마당에 마련된 불우이웃돕기 상담 중계실의 문을 열었다. 상담 중계실은 올해 초 본당에서 마련한 것으로 지난 10개월간 법률·세무 상담 불우이웃돕기 활동 실업자 구제활동 장기기증 운동 등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상담 중계실이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김씨의 열성 때문이다. 교회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하는 김씨가 없었더라면 상담 중계실이 이처럼 사업을 확장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상담 중계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정말 다행입니다. 특히 매월 한번씩 마련하는 법률 상담에는 평균 20여명이 몰려 상담 변호사가 부족할 정도입니다.

김씨는 상담 중계실 활동을 통해 수차례 물밀듯 밀려오는 감동 을 맛보았다. 쌀을 살 돈이 없어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집을 나와 무작정 걸었다는 한 새댁. 그 새댁이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20㎏짜리 쌀 포대가 놓여 있었다. 상담 중계실의 봉사자들이 갖다 놓은 것. 눈물로 밥을 지어 먹은 새댁은 감사의 뜻을 편지에 담아 상담 중계실로 보내왔다.

김씨는 그 사연을 전해 듣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교회가 이런 이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면 하느님의 큰 은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은 항상 행복해요.

이런 감동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김씨가 사회봉사활동을 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김씨는 상담 중계실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명단과 상담 서류들을 정리하고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될 세무상담 사업에 관한 구상을 했다. 용산본당 홈페이지에 올릴 사회사목에 관한 내용도 작성했다.
김씨의 일처리는 본당에서도 꼼꼼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김씨가 사업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일 을 대충대충 할 수 없다는 김씨 자신의 의무감이 가장 큰 이유다.
신자들의 성금은 가장 필요한 곳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불우이웃 돕기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됩니다. 철저한 분석과 현황파악을 통해 가장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합니다.

시계가 어느덧 12시를 가리켰다. 김씨는 서둘러 일을 정리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의류 매장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하느님의 일을 하고 오후에는 세속의 일을 하는 습관이 몸에 밴 듯했다.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역시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은 자신의 삶에 가장 충실한 사람을 원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삶 안에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전에 일하지 못한 것까지 오후에 몰아서 하다 보니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김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성당 성체조배실이다.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마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미약한 저를 도구로 써주시니 감사합니다. 내일도 모든 것을 당신께 맡깁니다.

성체조배를 마치고 나온 김씨는 자신의 수첩에 내일 할 일을 정리했다. 쌀 전달 장학금 전달 법률 상담 문의 세무 상담 준비… 등 그의 수첩은 하느님의 일 을 위한 일로 빼곡하다.
김씨는 누가 선물 얘기를 하면 항상 초를 받고 싶다고 말한다. 내일의 기도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우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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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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