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천교구 대의원회의 8차 총회에서 의결된 평신도분과 의안은 한국교회 평신도의 위상과 고민 그리고 평신도 사도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의안은 그동안 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평신도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데다 평신도의 목소리가 집약된 가장 최근의 문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의안에 나타난 한국 평신도 사도직의 현실에 대한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의안은 먼저 바쁘고 긴장의 연속인 사회생활 속에서 대다수의 남성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 어렵고 이는 교회활동 참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성직자 중심의 경직된 교회운영 또한 평신도의 주체적인 참여의식을 억제함으로써 평신도의 교회이탈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신자들 역시 사랑의 공동체를 건설하기보다는 자신의 구원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기복적인 신앙관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은 비록 인천교구에서 나온 것이지만 한국 평신도 전체의 현실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현실 진단과 함께 의안에서 제시된 다양한 실천요강 및 개선제안은 향후 평신도 사도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의안은 평신도 사도직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으로 평신도의 신원과 소명에 대한 충실한 인식을 꼽았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한몸을 이뤄 교회와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평신도의 직분과 소명은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충분히 강조됐다. 하지만 아직 공의회의 정신이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평신도 단체의 내적 성숙도나 평신도의 주체적 활동 역시 보완되고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따라서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대한 반성과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신이 있어야 하며 특히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신앙생활에서 탈피하지 못한 평신도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아울러 교회 운영의 큰 주체인 성직자들의 지속적인 관심 또한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신도의 신앙과 영성 발전을 위해 제시된 이같은 제안들은 타 교구에서도 적극 참조할만하다. 의안은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교구 차원의 상설 피정센터 운영 △영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 △다양한 단체 활성화와 신자 참여 유도 △성직자 수도자의 지속적인 강론 및 훈화 강화 △예비신자 교리교육의 내용과 방법 개선 △신자 재교육의 체계적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평신도는 본당 소공동체 운동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소공동체 운동은 본당 대형화에 따라 자칫 소원해질 수 있는 신자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역동적인 신앙생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회 사명의 수행은 성직자와 평신도의 공동과제라는 인식 아래 유능한 평신도 지도자의 육성 또한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고 이 의안은 강조했다. 【남정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