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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다정한 아빠 이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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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외국 신부님이 오갈 데 없는 우리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보살피고 사는 것을 보면 대단해.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어쩜 저렇게 잘 챙기지.”

경기도 군포시 당동 단독주택에서 12명의 무의탁 청소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허보록 신부를 보면 동네 사람들은 뭔가 미안한 마음을 느낀다. 동네 한가운데 그런 시설 이 왜 있어야 하느냐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천주교 신부 에 대한 좋은 인상이 앞선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제의 막내로 한국땅을 밟은 지 22일로 꼭 10년이 되는 허 신부는 1년 전 이곳에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위해 성 요한의 집 둥지를 틀었다. 전에 돌보던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적응을 잘 못하고 허 신부를 찾아와 이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 신부와 무의탁 청소년들과의 인연은 안동교구 영주 하망동본당 보좌신부 때부터다. 입국 후 1년간 서강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강화본당 내가공소(지난해 본당 승격)에서 본당 사목을 도운 다음 92년초 하망동본당 보좌로 부임한 그는 어느날 본당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 틈에 끼어 밥을 먹는 아이 5명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꾀죄죄한 차림의 아이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는 것으로 그의 일 은 시작됐다.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며 친해진 뒤 사제관에서 아이들을 재우기도 했다. 5명 중 두명은 환각제를 흡입하고 있었고 또 두명은 소년원에 다녀온 아이로 집에 돌려 보내려 해도 갈 곳이 없거나 갈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사제관에 들락거리는 말썽꾸러기 아이들 모습이 본당 신자들 눈에 곱게 비칠리 없었다. 본당 주임 정희욱 신부의 배려로 따로 집을 얻어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과 같이 살게 된 그는 밤에는 오락실이나 기차역 시장부근을 배회하는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함께 사는 아이들이 허 신부의 협조자 가 되었다.

프랑스 고향 부모가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을 보며 자란 덕에 허 신부는 이런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일이 퍽 자연스러웠다. 특히 고등학교 때 베트남 라오스 난민들이 들어오자 부모를 도와 난민 아이들에게 불어를 가르쳐 주면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선교사의 길을 굳힐 수 있었다. 5남매 중 형과 동생도 현재 프랑스 블레아르스교구 신부다.

94년 상주 옥산본당 주임으로 사목할 때도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치지 않았다. 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부를 만들어 서울까지 올라와 경기를 할 정도였으며 방학에는 아이들을 위해 영어도 가르쳤다. 또 사제관의 방 하나를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 만화책과 오락기를 마련해 놓고 언제든지 와서 마음 놓고 놀고 가도록 했다. 자연히 주일학교 학생수가 늘어나면서 활성화되었다.

“본당 사목을 하다 보면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겐 다가가기 어려워요. 선교사인 저에게 하느님을 믿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신 것이 어떤 부르심 이었나 봅니다. ” 97년부터는 안동교구장 박석희 주교의 요청으로 안동에 결손 가정 아이들을 위한 프란치스꼬의 집을 마련하고 통제와 규율보다는 사랑으로 그들 속에 자리해온 허 신부 이제 그는 군포 성요한의 집을 무대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사랑의 눈길로 계속 감싸고 있다. 언제부턴가 한국음식을 더 좋아할 정도로 한국화된 준 한국 사람 허 신부는 진정 아이들을 사랑할 줄 아는 한 사람의 진솔한 외방 선교사로서 아이들의 다정한 아빠 이자 친구 로 자리하고 있다.【이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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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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